남윤인순/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새 천년, 21세기를 여는 2000년,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윤리에 기반하여 성평등사회, 생태사회,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출발했다.

여성운동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여성들은 차별과 억압을 받아온 존재이므로 평등과 평화, 상생에 대한 욕구를 강하고 느끼고 있고 그러한 욕구가 조직화되어 여성운동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운동은 본질적으로 평등·민주·평화적 가치를 지향하고 실천하는 운동인 것이다.

2000년 올해도 이러한 움직임이 다양하게 분출되었다. 정치 분야에서 성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하는 활동이 활발히 일어났다. 16대 국회에 여성의원들이 늘어났고, 총선에서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을 낙선시키기 위한 유권자운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였다. 또한 여성부 설치가 제기되었고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의 정치적 진출은 매우 미약하기 때문에 정치분야에서 성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어야 하고 공직에서의 여성채용목표제 및 승진할당제가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이처럼 여성의 낮은 정치적 지위는 빈곤의 여성화, 인권침해를 심화시키고 있다.

여성의 빈곤과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여성운동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비정규직노동자 보호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운동, 모성보호비용의 사회분담화 및 유급육아휴직 확보를 위한 법 개정활동이 전개되었다. 여성의 인권침해를 개선하기 위해 친고죄 폐지 등 성폭력특별법 개정운동과 보호처분제도 개선 등 가정폭력방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 개정이 제기되었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군산 매춘지역 화재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노예매춘을 방지하기 위해 성을 사고 알선하는 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매춘여성에 대한 사회적 복귀 서비스, 포주와 유착관계에 있는 공무원에 대한 처벌, 남성의 왜곡된 성문화 개혁 등 종합적인 대책을 담은 성매매방지법 제정이 요청되고 있다.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과 폭력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의식 개선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가부장제 가치관의 온상인 호주제도 폐지 운동에 여성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나선 것은 매무 고무적인 현상이다.

일상적인 삶 속에서 가부장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남녀가 함께 일하고 즐기는 명절문화 바꾸기 캠페인이 확산된 것도 성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남녀공동참여사회를 지향하는 여성운동을 여성이기주의로 몰아 부치는 기득권 세력이 있다. 군복무가산점 위헌 결정 이후 여성단체, 여성정치인을 마녀사냥하는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여성운동은 여성을 위한 운동을 넘어서서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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