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프랑스 의회는 임신중절의 허용기간을 2주 더 연장해 월경이 중단된 이후 10주 안에는 임산부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있었던 것을 12주로 연장한다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실제로 여성들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을 때 이 10주라는 기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꾸준히 낙태허용기간의 연장문제가 제기되었지만 그 요구가 무시되어 왔다.

주요 이유는 10주까지는 수정란의 상태지만 12주가 되면 이미 수정란은 인간의 조직과 기관을 모두 갖춘 태아의 상태가 되므로 엄밀한 의미에선 살인이라는 입장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명에 대한 존중의 입장에서 아이를 낳을 것을 선택하건 그렇지 않건 그것의 결정 역시 여성들 스스로에게 맡겨져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왔었다. 낙태에 대한 권리를 확보한다는 것은 여성들 스스로 자신의 몸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그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프랑스가 낙태 허용기간을 10주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반해 유럽의 다른 여러 나라들은 법적으로 낙태 허용기간을 12주 이상(스페인, 영국, 네덜란드의 경우 22주까지도 낙태를 허용한다) 보장하고 있어, 매년 5000여 명의 프랑스 여성들이 외국에서 임신중절 시술을 받기 위해 국경을 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한편 이번 개정된 법안에는 임신중절과 관련된 미성년자들에 관한 조항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부모들의 허락이 있어야만 임신중절을 할 수 있었던 기존의 법안을, 부모들이 아니더라도 어른 한 명을 동반하면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에서는 한 해에 1만여 명 정도의 미성년 소녀들이 임신을 하고, 그중 7천여 명이 낙태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현재 부모의 허락없이 미성년자가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의 경우 어른을 동반해야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이번 개정이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프랑스 여성들이 법적으로 임신중절의 자유를 보장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전적으로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75년 시몬느 베이유에 의해 제기된 ‘임산부들의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임신상태를 중단할 수 있는 권리’가 비로소 법적으로 보장받게 된 이래 새로 생긴 악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전에 사회기관에서 왜 낙태하길 원하는지를 밝히는 면담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발급한 증명서를 의사에게 제시해야만 임신중절 시술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경제적인 이유때문에 낙태하길 원하는 여성들의 경우 아이를 낳아도 충분히 기를 수 있도록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을 일러준다는 취지 하에서 면담의 강제조항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면담은 결국 여성들의 밝히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나 기억들을 드러내고 더불어 낙태에 대한 도덕적이고 심리적인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등 여성억압 기제로 작용했다. 실제로 이러한 면담을 통해 자신의 결정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낙태할 수 밖에 없는 결정을 내린 여성들을 위해 상담원들이 고작 할 수 있는 일은 손수건을 주는 것 뿐이라는 시니컬한 반응과 함게 면담 무용론이 꾸준히 거론되어 왔었다.

이번 조치에서 ‘낙태시술 사전면담 강제조항’을 폐지하고 그것을 선택조항으로 개정했지만, 미성년자들에게는 여전히 이를 강제조항으로 남겨 놓았다.

프랑스의 이번 개정은 여러 제한적인 조치와 그 내용의 폭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낙태 허용기간의 연장을 꾸준히 요구해 온 페미니스트들의 의견이 법적으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반응이다(라부와뒤노르 2000년 11월 29일자와 리베라시옹 12월 6일, 8일자 보도 참고).

정인진/ 프랑스 통신원, iinjiin@kebi.com 릴Ⅲ-샤를르 드골대학 교육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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