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 손을 맞잡고 여성의 투표권을 요구하며 보스톤의 비콘 거리를 행진하던 십대 소녀. 1920년 8월 26일, 드디어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19번째 헌법 수정조항이 통과되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그 소녀, 루스 딕이 지난 11월 18일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상당히 오랫동안 (참정권) 운동을 벌였다. 몇년의 세월을 어떤 일에 바치고 여기서 정말 가치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즉 우리 사회와 일터, 그 밖의 어느 곳에서든 여성의 지위가 향상될 수 있고 바로 이 일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길이라고 믿는다면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라고 루스는 생전의 다큐에서 말한 바 있다.

바로 지난 8월에도 뉴욕주 상원의원으로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의 캠페인 지원을 위해 휠체어를 타고 모습을 드러냈던 루스는 “내가 아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뉴욕은 여성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루스 벨쳐 딕은 1901년 3월 25일 메인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나 메사추세츠주 뉴톤에서 성장했다. 역시 여성 참정권론자였던 어머니 애니 맨슨 벨쳐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루스는 어머니가 나온 웰레스리 대학을 졸업한 후 보스톤의 시몬즈 칼리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위스콘신 대학과 버클리 대학에서 계속 수학했다. 이후 뉴욕에서 비행 청소년들, 그 중에서도 소녀들을 대상으로 상담자 역할을 해온 그녀는 뉴욕주립대 다운스테이트 메디컬 센터에서 연구자로 일하면서 <임신과 출산에 따른 불안>(1950), <심리적 차별>(1962), <왼손잡이>(1980)를 공동집필했다.

나바호 인디안을 연구하는 인류학자였던 남편 월터 딕과 함께 저술활동을 폈던 그녀는 1950년대와 1960년대 월터가 파킨슨즈병과 암으로 사경을 헤매기 시작하자 두 곳의 직장을 다니며 혼자 힘으로 아이들을 키워야 했다.

그녀의 딸 페넬로페는 “아주 어릴 때 기억 중 하나는, 어머니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강한 어조로 ‘너무 착하게 살지 말라’고 하셨던 일이에요. 그 말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중히 여기고 성격대로 사는 일을 두려워 말라는 뜻이었다고 생각해요”라고 회상한다. 루스는 딸에게 반드시 결혼할 필요는 없으며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한편, 보다 작은 일에는 관용적이었다.

예를 들어 페넬로페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자 루스는 딸에게 이를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반항의 대상이 없어진 페넬로페는 그 다음날로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바로 지난 총선까지 참여하여 투표권을 행사한 루스는 80여년 전 처음 투표할 때 잘못할까봐 너무나 두려웠다며 “지금도 똑같은 심정입니다. 잘못해서 공화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면 큰일이잖아요?”라고 말해 힐러리 지지자들로부터 폭소와 함께 뜨거운 갈채를 받기도 했다.

<오수경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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