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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부터, 내 삶으로부터 시작하는 운동’.

언뜻 쉬운 얘기처럼 들리지만 무언가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실천으로부터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 바로 장애여성문화공동체 ‘끼판’의 대표 김미연씨다.

끼판은 장애를 가진 여성들이 ‘끼’어들어 ‘판’을 벌인다는 의미이다. 김씨는 “성인이 될 때까지 연극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장애인이 태반인 현실에서 저와 같은 장애여성들이 직접 무대에 서는 감행을 하게 됐죠”라고 판을 벌인 배경을 밝혔다.

주변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막상 벌여논 판은 그의 생각만큼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우선 부딪친 문제는 배우로 나선 장애여성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공감대 형성은 계속되는 논의 속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곧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사회복지프로그램의 성격을 벗어나 전문적인 판을 벌여볼 생각에 현재 연극판에서 뛰고 있는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스탭은 물론 장애여성들과 함께 연극을 할 배우들까지. 물론 그들은 모두 비장애인이었다.

“한 번도 주변에서 장애인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비장애 스태프들과 장애여성배우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무대장치는 장애배우의 몸을 고려하지 않은채 디자인되고 의상을 만드는 과정은 배우와 의사소통없이 진행되었다. 또한 배우들은 아무런 몸 훈련 없이 주어진 안무를 소화해야만 했다. 그러나 김씨와 다른 장애배우들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전 제작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올려진 공연은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사이버 공동체에 팬클럽 비슷한 것도 있는데, 그들을 비롯해 진심으로 소박한 관심이 있는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매우 즐겁게 공연을 마쳤어요.”

그러나 무엇보다 김씨를 감격하게 만든 것은 장애여성배우들 스스로가 변화되는 과정이었다.

“연극에 참여했던 한 배우가 꿈도 못 꾸던 현실에서 이젠 전문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기뻤어요. 그게 정말 끼판이죠”

공연을 마쳤지만 김미연씨는 여전히 너무나 바쁘다. 끼판의 활동을 어떻게 지속시켜 나갈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여건이 되면 연극을 하고 싶어하는 장애여성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 전문 연극인으로 키우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저희들과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전문 연극인들을 열심히 찾아다녀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지금 모든 문화 장르를 아우르는 장애여성문화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그 꿈이 더 이상 꿈이 아닐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하며...

한박 정미 기자 woodfish@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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