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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양 비디오 사건’을 다룬 언론의 보도태도는 ‘O양 사건’당시 시민들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은 까닭인지 비교적 자제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그러나 표면상으로는 ‘개인의 사생활’이라며 보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비디오 정지화면을 그대로 싣는가 하면 기사 내용과는 관계없는 선정적인 포즈의 사진을 게재하는 등 구태를 반복했다. 뿐만 아니라 보도를 핑계 삼아 내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미처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도 톡톡히 하고 있다. 동정론이 우세한 시민의식에 따라오지 못하는 후진적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B양 비디오’가 이처럼 급속하게 퍼진 데는 이번에도 스포츠 신문들의 공이 컸다. ‘백지영 비디오인터넷에 떴다 괴담’(<일간스포츠> 21일자)에서는 “인터넷상의 포르노 영상물은 사진과 동영상 등 두 가지로 구성돼 있으며 한 쌍의 남녀가 뜨거운 정사를 나누는 장면이 담겨 있다”고 친절히 설명해 줬다.

‘백지영 비디오는 사실’이라는 헤드라인을 뽑은 <스포츠 투데이> 24일자는 “이로써 합성 포르노로 알려졌던 백지영의 동영상이 진품으로 확인되면서 그동안 구설에 올랐던 인기 연예인들의 동영상 파문 역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는 확대해석까지 덧붙이고 있다. <일간스포츠> 25일자도 “현재 비디오 소문이 오르내리는 연예인은 대충 6명 선”이라며 톱스타 L양, O양, K양, H양과 최근 활동을 멈추고 있는 O양 등을 거론했다.

한편 이 비디오의 유통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백지영 비디오 벌써 유통’이란 제목 아래 “백지영 비디오가 대대적으로 언론을 탄 이후 청계천 일대로 대규모 유입됐다”는 노점상 주인의 말을 싣는가 하면 32만원대의 가격에 대해 “판매의 위험성도 있고 희소성이 크기 때문에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과 “나름대로의 분석 끝에 백지영 비디오가 조작일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판단까지 대변해 주고 있다.(<일간스포츠> 25일자)

또 같은 신문의 다른 기사에서는 ‘시종 밝은 표정 러닝타임 40분’이란 제목으로 “등장인물들이 밝은 표정이어서 경쾌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면서 “여자가 바지를 벗을 때 ‘오빠, 불 꺼’라고 하는 소리도 녹음돼 있다”고 씌어 있다.

아울러 백지영의 숨겨진 애인을 찾아내 “지금 심정은 어떤가” 등의 질문을 던지는 과잉 친절도 잊지 않았다.(<일간스포츠> 27일자)

‘한국해커들 세계 최고능력 자랑’이란 제목으로 (문제의 비디오에 걸어놓은) “이 암호화 기술은 MS가 동영상 저작권 보호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DRM 시스템으로 MS도 풀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기술이었다”며 “그것을 단 하루 만에 풀었다고 소문이 나도는 카이스트 학생의 능력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는 네티즌의 말을 그대로 싣고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한국 해커들의 탁월한 능력과 ‘풀리지 않는 암호는 없다’는 암호화 - 해독의 앙숙 같은 관계를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라 전하고 있다.(<일간스포츠> 29일자)

공중파 방송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이 비디오를 급속히 확산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SBS의 연예 프로 <한밤의 TV연예>는 동영상을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은 채 내보내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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