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에는 ‘문명순환론’이 있다. 주로 거시적 분석에 의한 것으로 <역사의 연구>를 쓴 아놀드토인비나 <서구의 몰락>의 저자 슈펭글러 등이 주장한 것이다. 이 시대에는 <강대국의 흥망>을 쓴 폴 케네디나 미국의 정치학자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도 그런 류 중 하나다. 인간의 역사란 대저 크게 다르지 않아 일정기간 동안 문명이 꽃피우다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다른 문명에 그 자리를 물려준다는 것이다. 토인비가 역사발전의 동인으로 ‘도전과 응전’이라는 공식을 제시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 역사발전론자들은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여러번의 순환을 거듭하지만 결국은 발전해간다는 낙관론을 편다. 독일의 사학자인 비트포게이나 철학자 헤겔은 “역사는 자유의 확대과정이다. 인류의 초창기인 원시사회에는 제사장이나 왕만이 자유를 향유하다가 중세에는 귀족계급까지, 그리고 근대에는 일반시민까지 자유를 누리게 됐다”면서 인류역사를 자유의 확대과정으로 설명했다. 영국의 사학자 E.H 카도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와의 대화”라는 정의를 내리면서도 미래는 점차 ‘넓어지는 지평선’으로 내다봤다. 왜 장황한 역사론이 필요한가. 지금 우리나라의 소위 ‘박정희 신드롬’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도 묵은 역사론을 찾아본다. 박정희 대통령 추모분위기는 물론 일시적으로 본다.

그럼에도 여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주자들이 죽은 대통령을 들먹이면서 득을 보려고 한다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모 일간지에 비서실장이 회고록을 연재해 그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어 있다. 또한 영향력 있는 두 종합일간지는 곧 ‘박정희 시리즈’를 연재할 예정이라 한다.

5.16쿠데타의 주역이 아직도 야당총재로 버티고 있으면서 ‘박정희의 진짜 적자’라고 출판기념회를 하는 사진도 신문,방송을 탄다. 흑자는 그 원인이 현 김영삼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반대급부라고 한다. “우리가 이만치 먹고살게 된 것은 뭐니뭐니해도 박대통령 덕분”이라든지 “박정희는 독재는 했어도 돈은 안먹었다”는 등의 비아냥이 현재에 대한 반대급부의 논리일 것이다. 한때 박정희대 김영삼의 인기도가 90%대 10%에 달한 적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좀 심했다. 현대통령의 비교대상이 쿠데타와 군부독재의 창시자인 박대통령이라면, 발전론자들은 상징적으로 박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는 실용주의적인 접근을 한다. 그러나 그가 지금도 거론되고 있는 내각책임제 민주당정부를 창칼로 밀어내고 집권한 뒤 반대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했으며 얼마나 많은 민주인사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이고 내쫓고 짓밟았는가. 3선개헌도 모자라 영구집권의 길을 마련코자 ‘유신’까지 만든 장본인이 아니던가. 마지막엔 현 대통령인 김영삼 야당총재를 국회에서 제명토록해 ‘부마사태’를 일으키고 이를 탱크로 밀어버리려고도 했던 불세출의 독재자였다. 때문에 총으로 망했고 이어 똑같은 모습의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진 30여년의 군부독재가 이어져 오지 않았는가.

물론 그 시대를 살아간 모두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 시대에 출세했던 인사나, 아니면 침묵을 지켰던 지식인까지도 “그때는 어쩔수 없었다”라고 자위하면서 그 잘못을 호소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리라고 짐작된다. 어쩌면 그 시대가 벌써 어린 시절 추억같은 먼 옛날의 향수 같은 느낌도 있을 것이다. 아버님 세대들이 목욕탕에서 일본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래도 일제시대가 낭만은 있었지”라고 무심코 이야기하는 것과 경우가 비슷할지. 배부른 세대의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6.25전쟁과 보릿고개의 살벌함을 느껴보지 못했으니, 그러나 위의 ‘자유의 확대가 역사발전’이라는 이론을 들먹일 것도 없이 ‘빵보다는 자유’가 우선임을 안다. 또한 현재의 빵은 박대통령의 ‘영도력’만이 아닌 국민의 피와 땀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박정희는 아니다.

아무리 김영삼 대통령의 실정이 크다지만 이런 정도로 현정권을 비관할 자유가 있다는 점만해도 비교가 안된다. 정치인들이야 정략적으로 유리하면 무엇이든 하겠지만 국민들은 옥석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홧김에 서방질’이라도 최소한의 금도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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