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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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마 이쿠미/일본통신원, ikumi-k@hi-ho.ne.jp동지사대 박사과정(여성정치)

고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일본에선 저출산율이 계속될 경우 앞으로 백년 이내에 전인구가 반으로 줄어 3000년에는 인구 ‘0’이 될 것이란 불길한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반면, 아이를 가지길 꺼려하는 젊은 부부도 많고 일을 놓치기 싫어 무리해서 일을 계속하다가 출산기회를 놓치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엄격한 성역할 구분, 그리고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육아부담 등 사회구조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현상을 사회저항으로 보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으론 아이를 갖고 싶어도 임신이 안돼 불임치료에 시간과 열정을 바치는 여성들도 있다. 기술이 발전돼 여러 방식으로 불임치료가 가능해졌으나 아직까지도 체외수정엔 제한사항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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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외수정센터(시험관아기센터)에서 난자의 수정 및 발달상태를 관찰하는 의료진. <자료제공 목병원>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남편 아버지의 정자를 사용해 인공수정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큰 논쟁이 붙었다. 북구주에 소재한 세인트 머더 산부인과병원에서 남성쪽이 원인이 돼 임신이 안되는 부부에게 남편 아버지의 정자를 제공받을 것을 권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일본 산부인과의학회는 남편 외의 정자를 사용하는 인공수정에 대해선 익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하고 있는데, 아버지의 정자 사용 등 근친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는 것은 이 규칙에 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후생성의 생식 보조 의료기술에 대한 전문위원회는 가족관계가 매우 복잡해질 것이라 난색을 보였다. 특히 남편의 아버지의 경우 고령자가 많아 정자 노화현상으로 아이에게 선천적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시아버지와 불륜 운운하는 윤리적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자 제공자의 연령도 40세 이하로 제한하자는 등 조만간 시아버지의 정자 제공은 여러 가지 이유로 금지될 전망이다.

반면, 시아버지의 정자 제공을 권한 병원쪽은 상당수의 여성들이 남편과 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의 정자를 제공받고 싶어한다는 입장이다. 후에 아이가 자신에게 정자를 준 ‘진짜 친아버지’를 알고 싶어할 경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생판 남보다는 친할아버지가 주신 정자로 태어났다는 설명이 떳떳하다고 전한다. 결국 현재의 아버지와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 아이의 정신건강에 훨씬 좋다는 것이다.

일본여성들은 이런 분위기에 대해 너무나도 남성 중심의 혈통주의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남편과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정자를 제공받고 싶어하는 심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혈연 중심의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사회도 비판한다. 서구에선 불임부부들이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으로 막대한 부담이 되는 인공수정에 집착하기보다 입양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논란은 일본 사회의 건강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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