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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지금 ‘폭력없는 사회’를 향해 남성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열띤 논의와 시도가 한창이다.

11월 11일 동경에선 일단의 남성들이 비폭력 리본캠페인을 개시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 리본캠페인은 1991년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의 한 대학교수가 이웃의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시작했다고 한다.

올해 6월 유엔특별총회 기간중 열린 베이징 플러스 5 리뷰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끝내기 위한 남성의 역할’이란 주제발표로 이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서 호응을 얻었고, 현재 인도 태국 나미비아 등 15개국에 확대되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 전개되는 리본캠페인은 ‘여성에 대한 폭력철폐의 날’인 11월 25일부터 ‘세계 인권의 날’인 12월 10까지 계속된다. 이 기간 동안 7mm 폭의 파란색 리본을 V자 형으로 접어 가슴에 달고 다닌다. 이 파란리본은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겠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보면 가만 있지 않겠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깊이 생각하겠다는 결심을 뜻한다.

이 캠페인을 주도하는 공무원 사카이 타카유씨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일본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작은 한걸음이지만 붉은 날개처럼 확산돼 여기저기서 파란리본을 단 사람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파란리본의 세 가지 의미를 다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가해자가 되기 쉬운 남성들이 스스로 문제삼아 여성폭력 반대의 소리를 강하게 내야 한다”고 말한다.

캠페인에 앞서 열렸던 11일의 이벤트는 여성운동과 남성운동이 자리를 함께 한 좋은 기회였다. 강연을 한 여성주의 상담전문가 히라카와 가주꼬 동경 페미니스트 세라피센터 소장은 “가해자 프로그램에 의존하기보다 남성들에게 폭력은 범죄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폭력극복 미팅을 열고 있는 토요다 마사요시씨는 앞의 사카이씨 등의 사람들과 11월 26일 미팅을 갖고, 12월 9·17일에도 같은 성격의 미팅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한다. 이 미팅의 목적은 고민하는 폭력남성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얘기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자발적 의지로 폭력남성들이 모이기에 다른 강제적인 가해자 치료프로그램 참여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일본에서 거세게 이는 남성운동의 시작은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통 보수적인 육아를 벗어나 새로운 육아를 고민하는 ‘남성 육아를 생각하는 모임’이 77년에 만들어졌고, 80년 ‘남자도 여자도 육아시간을!’이란 모임이 생겨났다. 그래서 이토 가미오 오오사카대 교수는 7,80년대가 여성문제의 시대라면 90년대는 남성문제의 시대라고 단적으로 말한다. 이는 또한 남성다움의 허울을 벗고 자기정체성과 인간다움을 찾아야 하는 남성의 위기시대이기도 하다. 40,50대 남성들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성범죄가 늘어난 것이 단적인 예이다. 98년 통계에 의하면 남성 자살자 수는 2만2338명이고 그중 40대가 4033명, 50대가 5967명으로 자살자 총수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장수국 명성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평균수명이 0.21세 내려갔다. 자살만이 이유가 돼 수명이 짧아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 결과 90년대 초부터 ‘맨스 리브’(Men’s Live) 운동이 시작됐다. 이토 교수가 91년 맨스 리브 연구회를 만들었고, 95년 오오사카에 맨스 센터(Men’s Center)를 만들었다. 또 그해에 맨스 리브 도쿄도 만들어졌다. 98년 발족된 ‘맨스 리브 가나가와’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정중히 듣고 비난하지 않을 것 ▲자신에 대해 솔직히 얘기할 것 ▲그날 듣는 얘기는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않을 것을 규칙으로 하고 있다.

사사끼 노리꼬/ 일본통신원, snoriko@bks.rikkyo.ne.jp

릿쿄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과정(가족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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