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할 깨는 캐릭터 성공… 여성 희화화엔 한계

김양지/ sheeplan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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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가 12월 1일 683회로 막을 내린다. 관련 동호회만도 수십개에 이르고 고정 열혈 매니아들이며 순풍 교도들을 탄생하게 했던 바로 그 시트콤이 말이다. 무엇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흡입할 수 있었는지는 일단 차치해 두고 <순풍 산부인과>가 여타 시트콤들의 여성상·남성상과 구별되는 지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순풍…>에는 두 가정이 등장한다. 세 딸과 맏사위가 함께 사는 병원 원장 가족인 미달이네와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의찬이네는 사건의 주요 발생지이자 배경이 된다. 대부분 제한적인 세트로 두세 개의 한정된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해프닝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시튜에이션 코미디는 그야말로 ‘상황’이 중심이다. 그러나 그 해프닝에 대해 우리가 웃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힘이다. <순풍…>는 그런 점에서 성공적인 캐릭터 중심의 시트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순풍…>에는 일반적인 편견을 무너뜨리는 몇 가지 시도를 찾을 수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집안 살림을 하는 ‘오중’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방송국 코미디 프로그램 작가이기도 하면서 의찬이네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남성이다. 물론 남자들만 있는 집에서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드라마에서 부엌일 하는 남자가 경제력을 상실했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 혹은 가끔씩 아내의 설거지를 해주면서 스스로를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생색내는 남성들을 익히 보아왔던 터라 오중이의 캐릭터가 더욱 돋보인다.

고정된 성 역할의 경계를 허무는 또 하나의 특징은 미달이라는 캐릭터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도 적극적인 여성이 될 것 같은(!) 미달이는 친구인 의찬이가 얌전하고 평범한 남자아이임에 반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쟁취하고야 마는,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영악함보다는 강한 의지력과 자기주장을 가진 여자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한 세대 내려갈수록 남녀의 성별 역할이 흥미로운 양상을 띠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윗세대인 ‘순풍 산부인과’의 오원장은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우지만, 오중이네는 가장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각자의 적성에 따라 가정 내 역할을 분담하고 있으며, 아래 세대인 미달이에 이르러서는 남성이 주도하고 거기에 맞춰가는 여성이 아닌, 오히려 남자보다 힘도 세어 남자친구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이는 김간호사와 표간호사의 관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순풍…>는 기존의 드라마에서 역전된, 강한 여성상과 부드러운 남성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순풍…>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점은 좀 더 다양화된 가족 형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의찬이는 외국에 간 친아버지 대신 혈연관계가 아닌 오중, 창훈과 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드라마의 전개상 반드시 필요한 설정이었다 하더라도 의찬이네를 결손가정처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조화롭게 사는 모습을 통해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아도 충분히 한 가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열린 가족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순풍…>에는 한계 역시 존재한다. 용녀와 미달이에서 볼 수 있듯 유독 여자만 바보스럽게 묘사한다던가 오원장을 통해 가부장적인 권위를 은연중 드러내는 것, 맏사위에게 경제력 없음을 부각시켜 자칫 딸과 함께 사는 가정에 대한 편견을 노출하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세대와 계층, 연령층에 따라 공감을 이끌어냄으로써 이들을 이웃처럼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하고 일상의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는 점에서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일상의 소소함에 대한 시청자들의 친숙함과 그것을 넘어서는 파격을 선보여 왔던 <순풍 산부인과>. 이제 새로운 시트콤은 우리에게 어떤 친숙함과 파격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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