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의 업보로 무너져 내린 한보 이후 삼미, 진로, 대농 등 대

기업들이 경영위기에 봉착하더니 드디어 재계서열 8위의 기아그룹도

부도방지협약의 보호대상자가 되고 말았다.

기아는 5천여 하청업체 및 전세계 1백40여국과 거래하는 국제기업일

뿐만 아니라 주식의 소유분산이 잘 되어 있고 업종전문화에도 앞장

서온 국민기업이었음을 감안할 때 국내외적인 파장이 심각할 듯 하

다. 이 때문에 한보에 대해서는 부도처리를 해 버렸지만 기아만은 살

려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영실패 노사분규가 원인

한보와 기아는 무리하게 돈을 빌려 회사를 운영하다가 암초에 걸린

기업들이다. 그러나 두 회사의 운영내용에는 큰차이가 있다. 한보는

강력한 오너십을 가진 정태수 총회장 일가가 정경유착을 통해 무리하

게 돈을 꾸어썼다가 당한 경우이고 기아는 전문경영인 김선홍 회장의

경영실패 및 노사분규에 의한 내부혼란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 또한

한보는 금융기관 부채가 4조8천억원인데 반해 기아는 9조4천억원이며

그중 2억달러 가량이 해외에서 꾸어온 돈이다. 더구나 한보는 주력기

업인 한보철강이 부실화 되면서 무너졌고 기아는 계열사인 아시아자

동차, 기아특수강 및 기산 등이 부실화 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한보

와는 판이하게 다른 기아사태의 조기수습을 위해 정부는 관계부처 차

관회의를 열어 기아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키로 하였고, 채

권은행단에서는 기아그룹 채무에 대한 정부보증이나 자동차산업의 산

업합리화 지정을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미국의

크라이슬러식 해결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무리한 사업확장과 재고누적으로 78년 적자가 11억

달러에 달했던 크라이슬러는 아이아코카 회장취임이후 대규모 감량경

영을 통해 자구노력을 기울였다. 단 1달러의 회장연봉, 종업원 임금

의 10% 삭감, 8천5백명의 종업원 해고 등을 과감하게 추진했고, 정

부도 크라이슬러 채무에 대해 보증을 서 주었다. 이후 크라이슬러는

82년부터 흑자로 돌아섰고 83년에는 12억 달러의 부채를 7년이상 앞

당겨 상환할 수 있었다. 지금 기아를 살리기 위한 긴급자금 지원과

관련은행에 대한 특융지원 등은 사태의 조기 봉합에는 도움이 되겠지

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기아 뿐만

이 아니다. 앞으로도 해외경기가 호전되지 않으면 다른 자동차회사,

석유화학회사, 철강회사 등도 위기를 맞게될 공산이 크다.

자기자본 적고 빚 많은 공통점

그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과잉투자에 따른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

렵다는 데 있다. 자기자본이 적고 빚은 많으니 아무리 물건이 잘 팔

린다 해도 번 돈으로 이자돈 붓기 바쁘다. 실제로 96년 1년동안 우리

나라 기업들은 1천원어치 물건을 팔아 2원의 순이익을 내고 50원은

금융기관 이자를 갚았다. 이 지경이니 정부의 특정기업에 대한 땜질

식 자금지원만으로는 제2, 제3의 대기업부도사태를 막기 어려울 것이

다. 또 하나, 경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의 안정

성, 일관성, 신뢰성이 중요하다. 요즘 들어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새

로운 경제정책들이 봇물 터지듯 양산 되고 있다. 지금 구조적 경제위

기가 심각하게 진행되는데도 엔고 등에 따라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

되리란 장미빛 전망을 내 놓은지 며칠 지났는가. 세계화를 위한 국제

경쟁력 강화시책 등 홍보용 정책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는가. 과다부

채에 대한 이자에 대해서는 손금처리를 해주지 않겠다는 기업채무구

조 개선책이 지금 이 시점에서 그렇게 시급했는가.

경기가 호황이고 기업여건이 좋을때 내놓아도 성공이 의심스러운 정

책들을 한탕주의식으로 발표하니 국민이나 기업들이 수긍하고 따라

오겠는가. 거기에다 문제란 터지면 은행과 기업에 책임을 떠넘겨 여

론의 뭇매를 맞게 하니 누가 정부정책을 신뢰하겠는가. 최근의 여러

사건에서 집중타를 맞은 금융기관들이 자구책으로 돈을 풀지 않고 대

출금을 회수해 간다면 시중에 신용공황 사태가 초래하지 말라는 보장

이 있는가.

뼈깎는 자구노력 전제 단기자금 지원 불가피

따라서 구조조정 등 중요한 정책들은 차기정권으로 그 시행을 넘기

고 지금은 당면한 기업부도사태의 해결과 유사한 사태가 계속될 때

대처하는 원칙과 처리메카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기아에 대해서

는 그룹침몰시 나타날 연쇄도산과 실업자의 양산 그리고 대외신용도

의 추락 등을 고려할 때 뼈깎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단기자금지원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기아지원을 위해 늘어나는 통화량

증가가 인플레로 연결되어서는 곤란하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지

모르는 부실경영에 대해 대내외적 충격이 크다는 이유로 자금지원을

해 주다가는 기업의 체질개선은 더욱 어려워지고 결국 국민들이 그

부담을 떠안는 꼴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에는 국

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시장원리

에 의한 부실기업 정리 메카니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인수·

합병을 중개하는 투자은행의 육성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

국과 달리 기업의 인수·합병을 담당할 투자은행도, 노하우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인수·합병 중개하는 투자은행 육성해야

정부는 이 시장의 도입과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를 실시 해야 한다.

만약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기업의 부실사태가 계속되어 정부가 개입

해야 된다면 해당기업정리에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

다. 그것은 정경유착의 또다른 오해를 사게 되고 현재 자동차회사들

이 정부와 삼성의 뒷거래를 의심하면서 구구한 억측을 만들어내는 상

황의 재판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하더라도 인수

·합병의 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원칙과 방식을 공개적으로 천명

해야 한다. 국민기업 기아의 좌절이 우리경제에 쓴 약이 되어 구조적

문제점들을 심각하게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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