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은 해방의 시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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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명동에서는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주최로 모성보호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가 있었다. 여기서 퍼포먼스를 펼쳐 지나던 사람들의 눈길을 잡은 임은주씨를 그의 일터인 하자센터에서 만났다.

대부분의 춤꾼들처럼 그에게도 춤은 삶이다. “15살 때부터 시작했는데 천박하다는 주변의 반대 때문에 좌절하고 포기했죠. 그러나 여성학과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다시 춤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다시 시작된 그의 춤은 페미니스트로서의 그의 정체성과 합쳐져 페미니즘 댄스로 새로이 태어났다.

그의 명함에는 ‘페미니스트 댄서’라는 직함(?)이 써있다. 익숙한 두 단어가 만들어 낸 낯선 한 단어에 대해 그는 “저의 1차적 정체성이죠”라고 말한다. “나의 춤이 특별히 페미니즘적이지 않을 순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페미니스트가 추는 춤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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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페미니즘적인 내용으로 추는 춤과 페미니스트가 추는 춤이 무엇이 다른가란 생각이 들었다.

“페미니즘적인 이슈를 가진 문화공연에서 아무리 훌륭한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이라도 그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면 퍼포먼스 행위자는 사상과는 거리가 먼 그저 연기자일 뿐이죠”라며 특별한 메시지 없이도 자기 정체성이 확실한 사람이 하는 퍼포먼스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이란 생각을 전했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하자센터에서 일하고 있지만 굳이 10대를 염두에 두지 않고 그들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서 억압받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기획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지금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춤치료’이다. 그가 말하는 춤치료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비정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과 함께 자기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방법들을 춤을 통해 찾는 것이다.

“춤은 자아도취·자아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죠. 그래서 표현할 줄 알게 되면 해방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박 정미 기자 woodfish@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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