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말’ 반란의 맥 굳게 이어가길

여성신문 초대 주간이자 한국 시의 페미니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고정희 시인이 타계한 지 내년이면 10년이다. 이 여성시인의 가치가 세월과 비례해 빛을 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시인은 구어체, 굿거리체, 민요조 등 여성담화의 특징을 빌어 ‘아버지 말’에 딴지걸기와 반란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어머니 말’의 새로운 가치창출과 의미 부여, 생명성과 건강한 모성 회복을 시도했다. 가부장적 ‘주인담론’에 대한 시인의 저항은 여성주의 문학의 영토를 최대한 확장한 ‘큰 시인’이란 평가를 낳았다.

그의 ‘여성해방 출사표’가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무엇보다 그 시대 민중운동, 인간해방운동의 보수성과 가부장성을 꿰뚫어 본 예리한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인의 고백대로 ‘민중의 억압구조엔 민감하면서도 그 민중의 핵심인 여성의 억압구조는 보지 않으려 한’ 갈등을 솔직히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진정한 ‘살림’의 여성주의를 실현하려 했으며, 가부장제에 오염된 사회 치유의 한 가능성으로 시를 믿었다.

이 못다 한 과제는 후배들에게로 이미 넘겨졌다. 시인이 기치로 내걸었던 여성해방문학이 현재 우리 문단에서 점하는 위치, 또 아직도 확보못한 대중성을 생각해볼 때 이 과제의 중요성은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 세대간 갈등, 의식과 가치관의 차이 등 시인과 후배세대 간에 놓여진 간극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그 다양성의 차이를 생명성 회복이란 공감대적 미학으로 메꿔가며 널리 대중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여성들을 넘어 남성들의 가슴까지 뒤흔들어야 한다.

학내 성폭력 악순환의 고리를 직시하자

주로 교수와 여학생 간에 일어나는 학내 성폭력 문제가 최근 몇몇 대학을 중심으로 또다시 거세게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거의 같은 발단, 전개, 결말 과정을 거친다. 가해자 교수의 발뺌부터 학생들의 거센 반발, 음해공작 시비, 학교측과 교육부의 미온적 태도, 피해자 형사고발 이후 이어지는 중징계 등등. 결국 비슷한 유형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학내 환경과 인식의 문제가 최대 장애로 보인다.

아카데미즘의 이상주의는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있는 현실에 대해선 자동반사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성폭력 범죄를 인정하는 행위 자체가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인식에서 범죄자를 옹호하거나 범죄자의 행위를 눈감아주거나 무마하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스승과 제자, 학생과 학교, 선후배 그리고 동료교수들 사이엔 건널 수 없는 강줄기가 형성되버리고 만다. 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기존 인간관계의 맥을 끊어버리거나, 그럴 용기와 결단이 없다면 그냥 속앓음으로 인내할 수 밖에 없는 이분법적이고 비효율적인 결론이 남는다.

그러나 체바퀴돌 듯 이 구태의연한 과정이 반복되기엔 피해 당사자인 학생들의 인식과 태도가 나날이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와 학교측의 ‘이 정도 선까지’만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최대 징계라는 식의 태도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학교의 명예 수호에 급급한 것이 오히려 사건 자체를 법정으로 가져가 공론화시키면서 학교 당사자의 문제해결 능력부족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학내 성폭력은 관계자들이 다 인정하듯 학내에서 자체해결되는 것이 그 후유증을 가장 극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극히 일부 대학에서만 제정된 학내 성폭력관련 학칙제정이 전국 대학들로 확산되고, 아울러 교육부 내에서도 대학의 자율성에만 집착해 대학측에만 최종적인 문제해결을 기대하기엔 성폭력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인식이 절실하다.

박이 은경 편집부장pleu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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