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씨선택의 자유’ 더이상 미룰 수 없다

한국이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지 16년째를 맞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유일하게 이행을 유보하는 조항이 있다. 바로 ‘성씨 선택의 자유’에 관한 제16조 1항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일반여성 대다수는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대한성공회성당에서 열린‘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20년과 한국여성운동의 과제’심포지엄에서 강남식 한국여성연구소 부소장은 만 15세 이상 일반여성 300명을 표본으로 협약 비준과 이행 과정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협약에 대해 들어본 적조차 없다는 여성이 77.2%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우리 나라가 비준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이는 5%에 지나지 않았고, 이 가운데 유보조항에 대해 알고 있는 여성은 21.5%였다. 또한 협약 내용과 이행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다고 65.7%나 응답해, 협약에 관한 여성들의 인식이 낮은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 부족인 것으로 지적됐다.

이 날 심포지엄에서는 지난해 10월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선택의정서를 한국정부가 비준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선택의정서를 비준하면 당사국에서 여성인권을 침해받은 개인이나 집단은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위원회가 심의, 조사 후 시정을 권고하게 되어 “협약 이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영정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은 내다봤다.

이에 외교통상부의 김종훈 인권사회과장은 “여전히 한국 문화와 관행으로 인해 여성차별철폐협약과 국내법이 배치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선택의정서를 비준하기 이전에 이 점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법무부 이옥 여성정책담당관도 “여성차별철폐협약의 유보조항 철회와 선택의정서 비준이 시급한 과제이긴 하지만, 법무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까지 ‘국민여론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해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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