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jpg

학생대책위 없으면 교수성폭력 무마돼

반성폭력 학칙제정 운동불구 효과미미

교수에게도 성폭력 예방교육 시켜야

교단에서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해오다 학생들에게 고소된 창원대 S교수, 조교에게 마취제를 탄 술을 먹이고 성폭행한 경일대 K교수, 술자리에서 4명의 학생들의 뺨에 입을 맞추고 허벅지를 만진 공주교육대 A교수, 제자에게 음란 이메일을 보내고 연구실에서 몸을 더듬는 등 추행한 경북대 L교수,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인 유학생 제자를 성추행한 동국대 K교수…

최근 대학 교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불거지고 있다. 올해 들어 이슈화된 사건들만 해도 손꼽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서울 모대학의 C교수는 “교수 성폭력 사건 중 공론화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 여학생회 측은 “학생들이 대책위를 구성하고 나서지 않으면 교수 성폭력 사건은 대부분 무마되고 만다”고 말하고 있다.

연달아 발생하는 교수 성폭력 사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가해자는 교수 신분을 최대한 이용해 성폭력을 가한다. 사제지간이라는 것을 빌미로 학생들에게 편하게 접근하고, 학점과 평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권력을 휘둘러 섣불리 반항하지 못하게 한다. 특히 ‘주종관계’라 불리는 교수와 조교간에는 성폭행처럼 정도가 심한 성폭력이 발생해도 가해자가 자신의 생계를 쥐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는 고발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성폭력 사실이 불거지면 가해자 대부분은 “기억이 안 난다”고 발뺌한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제자를 만났다가 노래방에 가서 온몸을 만지고 입을 맞춘 후 혀를 집어넣는 등 성추행을 한 동국대 K교수는 피해자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하면서도 성추행 사실에 대해선 끝까지 “기억나지 않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다 증거가 있거나 정황이 뚜렷해서 더 이상 발뺌할 수 없을 때는 ‘화간’이라고 맞선다. “학생이 먼저 유혹했다”는 것. 놀라운 것은 대학가의 분위기도 이에 일조 해 피해자에게 “왜 빌미를 제공했냐”는 질타를 던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사건에 대응하는 피해자와 학생들의 방식엔 한계가 명백하다.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학칙도 없을 뿐 아니라, 교수에 대한 징계는 어디까지나 대학 소관이다. 징계위원회 구성·소집·결정 권한은 경영자 혹은 국공립학교의 경우 총장에게 있다. 더욱이 징계위의 구성원이 높은 보직에 있는 교수와 이사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학생과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큰 장애요인이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학생들이 대책위를 구성하고 타 학교 여성운동단위나 여성단체와 연대해 민·형사 소송절차를 밟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들이 성폭력 사건에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가장 심각한 것은 한 달이 멀다하고 연달아 발생하는 교수 성폭력으로 인해 배움의 터가 불신과 위협의 장으로 오염되고 있는데도, 대학 측은 대책 강구는 고사하고 문제의식도 못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성폭력 사건이 제기되면 피해자와 일대일 면담을 통해 “문제 일으키지 말 것”을 권고한다. 그러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거나 학생들이 집단적인 행동을 통해 대응하면 그제서야 징계위를 구성하지만 그 심의 기준은 ‘성폭력’이 아니라 ‘학교의 품위 손상 여부’다. 최근 사건발생 2달여 만에 가해자에게 해임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이는 동국대 징계위는 K교수에 대해 ‘권력을 남용해 성폭력을 가한 행위’가 아니라 ‘학교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학생들이 동요되고, 교수들간 불협화음을 조장한 것’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다.

성폭력상담소와 여성의전화의 상담통계자료는 성폭력 가해자 중 고학력자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성폭력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들은 교수들에게 직장에서 의무로 돼있는 성폭력 예방 교육조차 실시하지 않고 있다. 경북 모대학 관계자는 “교직원들은 예방 교육을 받고, 교수들은 받지 않는다”며, “교수들이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기엔 ‘귀하신 몸’인가 보다”라고 꼬집었다.

그간 학생들이 벌여 온 반성폭력 학칙 제정 운동의 경우, 지난 5월 서울대의 학칙제정으로 이제 결실을 맺나보다 기대했지만 대학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몇 군데 학칙을 제정하겠다고 나선 학교들은 정작 논의과정에서 학생들과 여교수들을 제외해 반발을 사고 있다.

교수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선 대학의 각성이 필요하다. ‘감추고 보자’는 식의 안이한 태도는 범죄를 조장하는 행위다. 성폭력이 ‘권력’을 빌미로 자행돼 학생들의 인격을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임을 인지할 때 성폭력의 개념과 특성을 인지한 전문적인 ‘반성폭력 학칙’을 제정하는 것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실효성 있는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시급히 요청된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관련기사>

▶ 미국 대학의 교수 성폭력 예방책

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bystolic coupon 201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