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각/ 소설가‘풀꽃세상을위한모임’사무처장

‘꽃과 스님’이라, 써놓고 보니 무슨 탐미주의자의 소설 제목 같다. 그러나 ‘꽃과 스님’은 작품 제목이 아니라 환경단체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이하 풀꽃세상)에서 이번 가을에 드린 풀꽃상을 받으신 이들이다.

풀꽃상은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하기 위해 풀꽃세상에서 방법적으로 채택한 운동방식이다. 그동안 동강의 비오리-보길도의 갯돌-가을 억새-인사동 골목길-새만금 갯벌의 백합, 그리고 이번 가을에는 ‘지리산의 물봉선’에게 풀꽃상을 드렸다. 두말할 것도 없이 각각의 풀꽃상은 당대적 환경문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동강의 비오리에게 상을 드린 것은 어처구니없었던 동강댐 소동에 대한 환경적 대응이었고, 갯벌의 조개에게 드린 것은 새만금갯벌간척사업에 대한 질문이었다. 풀꽃상 본상은 자연물에게, 부상은 그와 관련해 헌신하고 상처받았거나 우리에게 감동을 준 이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 때로는 위로의 마음으로 드린다.

‘지리산의 물봉선’에게 풀꽃상 본상을, 그리고 ‘지리산 실상사의 세 스님’에게 부상을 드린 6번째 풀꽃상은 수자원공사에 의해 입안되어 강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리산댐 소동에 대한 안타까움과 건설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반환경적 집단에 대한 조용한 질타였다.

수자원공사는 어떤 기관인가? 언필칭, 이 나라 치수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건설부 산하 공기업인 수자원공사는 무엇보다도 근 몇 년에 걸쳐 지속된 동강댐 소동의 주역으로 먼저 떠올려진다. 끝내는 여론에 밀려 김대통령으로 하여금 ‘대국민 백지화선언’이라는 망신을 ‘앵겨드린’장본인이 곧 수자원공사라 할 것이다.

이 나라 산하를 흐르는 물이 본류에서부터 원천적으로 오염되고 생명체를 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애당초 무신경할 뿐 아니라 공급된 물이 노후배관으로 인해 엄청난 양이 누수되는데도 댐건설만이 능사라고 강행하는 집단, 치수보다는 댐 예정지의 땅을 사재거나 다른 돈벌이에 더 급급한 집단, 공기업이라 국민세금에 의존하면서도 직원들 퇴직금을 편법으로 과다책정(감사원 감사결과)하는 등, 환난으로 서민들이 해고와 실업의 고통을 묵묵히 감내하는 인내심과는 멀어도 한참 먼 거리에서 비리와 방만경영을 일삼고 있는 집단. 댐건설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그들은 마치 새만금갯벌소동을 일으키고 있는 ‘농업기반공사’네 책상 위에 서해안이 직선으로 그려져 있는 끔찍한 지도가 있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필자는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그들을‘범죄집단’이라 주저없이 호칭한다.

이번에 풀꽃상을 받은 지리산의 물봉선이라는 가녀린 1년생 야생화의 꽃말이 공교롭게도 ‘나를 내버려 두세요(touch-me-not)’였다. 젊은이들처럼 말한다면, ‘그만 냅둬’이다. 풀

꽃상이 지리산의 반달곰이나 쑥부쟁이가 아니라 물봉선에게 돌아간 이유라면 이유였다.

부상을 받으신 세 분 스님은 일찍부터 지리산 자락에서 동체대비(同體大悲), 만물동근(萬物同根)의 생태적 불교사상을 온몸으로 살고 계시던 분들이셨다. 그러던 중 이번의 지리산댐건설 소동으로 인해 속진(俗塵)의 한바탕 싸움판에 소매를 걷고 달려드신 것이다. 다른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의 현실과 사회문제에 소극적이었던 불교계가 세 분 스님의 풀꽃상 공동수상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격려, 고무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풀꽃세상은 이런 선정이유를 밝혔다.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근원적 생태사상을 온몸으로 살고 계신 ‘연관·수경·도법 스님’에 대한 존경심과 스님들이 포함된 한국불교가 이제 우리 환경운동사에 끼칠 엄청난 영향력에 미리 감동하여”라고.

민족의 명산이라 흔히들 일컫는 지리산뿐 아니라 이 땅의 이름없는 야산과 실개천들도 역병같은 난개발의 광기로부터 온전히 보호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