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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경’이라는 낯선 이름의 작가가 남긴 〈딕테〉(토마토 펴냄/

7천원)가 번역 출간되었다.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난 차학경은 10살때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건

너간 후 1980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버클리대에서 비교문학과 미술,

예술 석사학위 등을 취득한 그는 82년 맨하탄 동남부 차이나타운 근

처의 주차장에서 강도에 의해 강간, 살해됐다. 그의 죽음은 당시 재

미교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반미감정이 가열되던 국내 사정

으로 인해 묻혀졌다.

31년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차학경은 제작자, 감독, 연기자,

비디오·영화 작가, 공간 설치예술가, 공연과 출판 문학가로서 많은

작품활동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딕테〉는

82년 뉴욕 타남출판사에서 출판된 이래 95년 버클리대학 출판부에

의해 재판, 15년만인 97년 버클리대학 김경년 교수에 의해 번역되어

고국의 독자와 만나게 되었다.

그의 작품세계는 현재 여성 작품, 특히 한인 이민여성의 작품으로

서, 또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으로서 각광을 받으며 많은 학자들의 연

구대상이 되고 있다.

차학경이라는 존재와 그의 작품은 89년 한 문학지에 소개되기도 했

으나 번역상의 어려움때문에 그의 대표작인 〈딕테〉는 전모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종의 서사시라 할 수 있는 〈딕테〉는 어린시절부터 외국생활을

한 저자의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책의 제목은

불어로 ‘받아쓰기’라는 뜻.

시인 김승희씨는 〈딕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그의 책에는 두개의 받아쓰기(딕테)가 존재한다. 하나는 학교교실

에서 이루어지는 강제된, 명령된, 수동적 받아쓰기요, 나머지는 아홉

명의 뮤즈들에 접신하여 여성 중심적 꿈과 기억과 상처와 사랑으로

민족적, 개인적 자아의 우주를 창조하는 능동적 받아쓰기이다. 첫번

째 받아쓰기가 상징계 속의 아버지의 받아쓰기라면 두번째 받아쓰기

는 상상계 속의 어머니의 받아쓰기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작가가 유창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왠지 울먹이는듯

한 느낌을 전달한다. 그의 이러한 글쓰기는 “한 여성이 글을 쓰고

말함으로써 자기 존재를 규정할 때, 개인적으로 불편할 수 있는 언

어인 외국어와 같은 어떤 것으로 억지로 말하게 된다”는 프랑스 페

미니스트 이론가들의 입장과 흡사하다.

〈딕테〉는 모두 열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잇다. 각 부분마다 그리

스 신화에 나타나는 시신(詩神)과 그 시신들이 주관하는 학문 또는

주제가 앞서고 그 다음에 역사적 여성(유관순, 차학경의 어머니, 잔

다르크 등)의 사진 또는 흑백영상이 자리하고 있다. 원문은 영상 다

음에 시작되며 문체는 시의 형식으로 산문일 경우에도 산문시의 형

식을 띤다.

열개의 부분이 이야기로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이야기가

여성을 다루고 있다는 점, 각 시신들에 실제 인물을 연결시킴으로써

역사적 연관성과 대응성, 여성들의 경험의 연대성을 제시한다.

역자인 김경년 교수는 “〈딕테〉는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분산된

이방인의 이야기, 여성들의 이야기, 민족과 역사의 이야기, 그리고

저자 자신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라 설명한다.

김승희씨는 “미국의 많은 학자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 연구와

여성문학 평론가들이 이 작품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언어의 사용과 책의 구성 자체가 매우 독특할 뿐 아니라 요

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모든 이슈들, 포스트콜로니얼리즘, 페미니즘,

가톨릭 성령, 도교적 우주관이 여기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차학경은 매우 앞서가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위 작가였

다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최이 부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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