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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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여 이제는 "커밍 아웃" 하라



홍석천씨 커밍아웃의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미미했던 동성애자의 존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산되고 있고, 이번 사건을 동성애자 인권 신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해 동성애자의 커밍아웃과 인권유린, 한국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현황에 대해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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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2층 느티나무 까페에서 열린 ‘홍석천의 커밍아웃을 지지하는 모임’발족식에는 방송 3사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여 이번 사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보여줬다. <사진·민원기 기자>



연예인 홍석천의 커밍아웃이 전체 동성애자의 인권문제로 이슈화되고 있다. 홍씨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일방적인 언론보도와 커밍아웃으로 인한 방송출연 정지 등 일련의 사건이 홍씨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각계의 의견이 모아지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등 동성애자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9월 29일부터 사이버상에서 홍석천 커밍아웃 지지서명운동을 시작했고(www.comingout2000.org), 4일엔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인권운동사랑방,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등 30여 단체 소속 활동가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지지모임을 공식 발족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석천의 커밍아웃을 지지하는 모임’은 발족 선언문을 통해 “홍석천씨의 커밍아웃을 둘러싼 이번 사태는 다양한 차이와 다양한 삶의 가치가 긍정될 수 있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길에 있어 지극히 중요한 문제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커밍아웃으로 스스로의 삶의 존엄을 주장한 홍석천씨를 축복함과 아울러 모든 성적 소수자들을 지지하고 고무하는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모임에선 커밍아웃2000 캠페인을 시작으로 서명운동과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거부하는 이들의 네트워크 조직으로 사회적 공감대 확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지모임의 최종 목표인 홍씨의 방송출연 복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적극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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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씨 사태의 결과에 따라 동성애자 인권운동은 성장하느냐, 후퇴하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지난 8월 26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열린 동성애자 자긍심 퍼레이드.(동성애 전문지 <버디> 자료제공)



지지모임에 참여한 이석태 변호사는 프로그램의 개편시기가 아님에도 1년여 방송을 해온 홍씨를 사회통념상 출연시키기 어렵다는 이유로 출연정지 시킨 것은 헌법상 평등법, 사생활보호,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위반한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규정했다. 또한 회사측이 계약을 정당한 사유없이 파기한 계약법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덴마크, 노르웨이 등지에선 동성애자의 결혼이 합법화되는 등 동성애자에 대해 차별을 금지하고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초보 수준”이라고 비판하면서, “앞으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위해 입법 청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모임은 10월 8일 MBC 본사에서 항의시위를 비롯해,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홍석천씨 커밍아웃에 대한 지지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젊은 엄마 대상 찬반 투표

홍씨 방송복귀 찬성 76%



사회단체들만이 홍석천씨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홍씨의 방송복귀와 관련해 일반인들의 반응은 ‘긍정’쪽이 더 우세하다. 홍씨를 출연정지 시킨 MBC <뽀뽀뽀> 인터넷 게시판과 KBS 제2라디오 시트콤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또 뽀뽀뽀 제작진이 출연정지 조치를 내린 이유에 대해 일반 시청자들, 특히 어린 자녀들이 보는 프로그램에 동성애자가 출연하는 건 비교육적이라는 엄마들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그런 엄마들이 다는 아니다. 젊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웹진 <아줌마 @ZOOMA> (www.zooma.co.kr)가 ‘동성애 커밍아웃으로 <뽀뽀뽀>에서 퇴출당한 홍석천의 복귀’에 대해 사이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총 283명 중 216명(76%)이 복귀에 찬성한 반면, 67명(23%)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표를 던진 엄마들은 “동성애자가 애들 교육에 안좋다구 생각하는 당신의 닫힌 마음이 애들 교육에 더 안좋다”, “성적 소수자에게 잔인하도록 아이들에게 교육시키는 것과 진배없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5살된 자녀를 둔 박은미씨(35)도 “홍씨가 평소 아이들을 사랑하고, 사회생활을 모범적으로 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성 정체성과는 상관없이 오히려 교육적인 사람일 수 있다. 예전에 텔레토비의 보라돌이가 동성애자를 상징한다는 소문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적인 면이 더 컸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던 것 아니냐”며 방송국의 출연정지 조치에 불만을 나타냈다.



동성애자의 커밍아웃과 이에 대한 사회적 처벌은 연예인 홍석천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일반 직장인들 가운데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된 사례가 있지만, 사회편견이나 가족 등과의 문제 때문에 대부분 포기하고 해외 이민의 길을 택하기도 한다.



커밍아웃한 경험이 있는 동성애자들은 커밍아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일단 한번 커밍아웃을 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의 커밍아웃 과정이 기다리고 있고, 가족, 친구, 직장 등 걸리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전혀 모르는 사람에 의한 테러 위협까지 도사리고 있다.



레즈비언인 이모씨는 친한 친구와 가족에게 커밍아웃한 경험이 있다. 이모씨는 “유부남, 연하는 이해가 되는데 왜 하필 같은 여자냐”며, 친구에게 정신병자 취급까지 당했다. 그나마 좀 나은 반응은, 이해한다고 얘기하면서 계속해서 계도하려 하고 남자를 소개시켜 주려고 애쓰는 경우다. 부모님은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고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특히 어렵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성애자로서 살아간다는 게 더욱 어려워진다는 게 이씨의 말이다. 직장 분위기 자체가 이성애 중심일 뿐만 아니라, 결혼한 사람에 대한 제도적 혜택 때문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거나 유지하는 게 너무 불편하고, 현실적으로 불이익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동성애자들이 자영업을 택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커밍아웃한 일반 동성애자들

직장 해고에도 속수무책



레즈비언운동단체‘끼리끼리’의 역대 회장이었던 이해솔, 전해성씨 등은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커밍아웃했다가 그후 일자리를 잃었다. 부당해고에 대해 소송을 고려해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한테 알려지는 것과 이후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리보다 동성애 인권운동이 활발한 미국조차 커밍아웃이 쉽지만은 않다. 부당해고라 해도 법정싸움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텔레비전 스타 엘렌 드제너러스도 커밍아웃 후 배역 따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현재 레즈비언 사이트 ‘엘비씨티’ 대표를 맡고 있는 이해솔씨는 홍석천씨의 커밍아웃이 우리 사회에선 연예인의 첫 커밍아웃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외국에선 종종 있는 연예인 커밍아웃을 내심 기다리고 있던 동성애자 커뮤니티에겐 반가운 소식이었다. 동성애에 대해 ‘보편적’접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씨의 방송출연 정지와 같이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을 당당한 용기로 받아들이지 않고, 매장시키는 사회 분위기라면 또다른 연예인이 커밍아웃할 수 있을까 우려스럽다고 그는 말한다.



또 동성애자인권연대 운영위원인 최이연씨는 “이전에 인권운동가, 지식인들이 중심이 됐던 커밍아웃과 홍석천씨의 커밍아웃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한다. 개인 가족관계에선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운동가들의 커밍아웃은 공적인 부분에서의 손실은 그다지 크지 않았었던 반면, 홍씨의 커밍아웃은 공적 부분에서 100% 마이너스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파장도 컸고, 언론에 의해 크게 이슈화되기도 했다. 최씨는 “이번 사건의 결과에 따라 동성애자들의 위축을 가져오거나, 또는 동성애자 인권 신장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이번 사건은 동성애자 전체의 문제와 직결된다.



실제 일반 동성애자 가운데 이번 사건이 잘 해결되면 부당해고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용기를 내보겠다는 사람도 있다. 지난 9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국가인권위원회 법안에 ‘성적 지향’을 공식적인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시키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에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리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다.



동성애자 인권단체 측은 한 사회에서 동성애자의 비율을 4∼11% 정도로 추정하는데, 억압의 강도나 민주주의의 성숙에 따라 동성애자들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숫자에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적게는 200만명에서 많게는 550만명의 우리 사회 동성애자들은 이번 사건에 거는 기대가 크다.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박차를 가할 충분한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커밍아웃은 정치적 결단”



커밍아웃(coming out)이란 자신이 동성애자(혹은 양성애자)임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행위와 일련의 과정을 뜻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자기 자신이 동성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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