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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연애를 시작한 친구가 있다. 처음 연애인지라 친구들까지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소감을 물었는데 시큰둥하게 내놓는 대답이 ‘남자에 대한

환상이 깨진다’는 것이다. 일이 꼬여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전화를 하면

“세상이 다 그렇지. 별 수 있니? 참아야지” 하는 바른 소리(?)나 하고 분

위기 좋은 식당보다는 맛 좋은 집만 고집한단다. 게다가 우연히 보게 된 컴

퓨터 문서함에는 야한 사진도 몇 장 들어있을 정도로 ‘속물’이어서 충격

을 받았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친구의 고민은 그녀가 너무 ‘공주과’라거나 남자가 너

무 무심해서 또는 두 사람의 사랑이 모자라서 생기는 건 아닌 듯 했다. 그

녀는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남성에 대한 환상, 소위 순정만화에 나

오는 보드랍고 매너있고 일편단심인 ‘여자의 남자’와 상대를 비교해 실망

감을 느낀 것이다. 우리 주변 어디에 그런 ‘왕자님’이 있던가. 남성들도

(만화가게 성인극화 코너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여자가 보기엔 ‘저질스럽

게’만 보이는 여성상을 품고 있는 ‘평민’일 뿐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그건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만화가 실제 ‘속물 덩어리

남성’을 여실히 그려낸 만화기 때문이다. 국내에 정식으로 출판된 유일한

작품 '마법동자 타루루토'의 작가 타쯔야 에가와의 '캠퍼스 러브스토리'(원제

'동경대학 이야기', 도서출판 알라딘)는 명문대생 강성민(해적판인 까닭에 동

경대는 서울대로 바뀌었고 입시제도와 주인공 이름도 모두 한국식으로 표기

되었다)을 통해 젊은 남성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강성민은 외모준수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명문대생. 그러나 이처럼 완

벽해 보이는 그의 머리 속을 들여다보면 논리는 자기 합리화의 수단이고 명

문대생으로서의 우월감과 열등감이 치열하게 교차하고 있다. 순수하고 발랄

한 수희를 좋아하지만 우유부단한 성격과 엘리트 의식, 남성의 자의식 때문

에 일은 꼬여만 간다. 속이고 후회하고 매달리면서도 ‘멋지게 보이고 싶

다’는 이중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남성을 작가는 폭포수처럼 많은 대사와

노골적인 표정으로 독자들에게 드러낸다.

남성독자의 동감어린 박수를 받는 만화답게 여성의 은밀한 부분이 눈요기

로 빈번하게 등장하며 ‘쭉쭉빵빵’한 남성 환타지물의 전형적인 그림체,

돌아가면 언제든지 받아주는 ‘후한’ 여자 주인공 등이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하지만 현명한 여성독자라면 이런 부분 역시 남자들의 ‘진면목’중

하나임을 알고 넉넉히 웃어가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미선 객원 기자 gogocici@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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