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어떤 커리어로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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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미/(주)나이키스포츠 한국지사 전략기획팀 부장

silvia.oh@nike.com

며칠 전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가 저녁 늦게 귀가하는 나에게 몹시 고

민스럽다는 얼굴로 장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주위의 친구들은 한두 가지씩 남보다 특별히 잘하는 것이 있거나 남다른

능력이 있는데 자기는 별로 잘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커리어를 가지고 살아야 할지 무척

걱정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공부를 꼭 잘해야만 성공하는 것이냐는 답

해주기 곤란한 질문들을 퍼붓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근심을 덜어낼 수 있도록 뭔가

해답을 제시해야 했지만 선뜻 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냥 어리기만 했던 딸아이가 어느덧 자신의 장래에 대한 걱정으

로 벌써부터 고민에 빠져들어야 한다는 것이 무척 안스러웠다.

하지만 사실 딸은 오래 전부터 ‘커리어’에 대한 교육을 알게 모르게 접

해왔던 것 같다. 아이가 4, 5살 때쯤 동네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딸아이는 엄마 역할을 맡았는데 아빠 역할과 아이 역

할을 맡은 친구들이 배고프다며 밥 차려 달라고 하자 딸아이는 빨리 출근해

야 한다며 식탁에 빵과 우유 등을 올려놓고 나가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빨리 출근한다는 말을 뒤로 한 채 어깨에 가

방을 들쳐 메고는 말이다. 순간 황당해하던 아빠와 아이, 그리고 왠지 얼굴

이 화끈거렸던 나.

평소의 내 모습을 너무도 당당하게 재현해 내는 딸의 모습에 놀랐던 것이

다. 즐겁게 일터에 나가는 모습을 만들어내는 딸아이를 보며 당시에는 내가

과연 직·간접적인 교육을 딸아이에게 잘 시키고 있는건지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 후 일하는 엄마의 영향이 과연 어떻게, 얼마만큼 아이에게 미칠 것인

지 무척 염려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보니 딸아이가 커서 무엇이 되든간에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발전할 수 있는 동기를 엄마가 어려서부터 심어준 것이 아닌가 싶다.

딸아이의 고민에 비록 ‘정답’은 없겠지만 ‘커리어’의 의미를 알고 자

신의 능력과 자질을 스스로 키우면서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는 마인드

즉 생각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 커가면서 딸아이는 장래에 대한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엄마가 해

결해 줄 수 없는 것을 스스로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슬기롭게 잘 해내기

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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