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살림에 ‘나눠먹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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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획예산처가 공공기금운용 평가에서 여성발전기금에 대해 “효율성

보다는 형평성 위주로 기금을 집행하고 있다”고 비판적 평가를 내린 것을

계기로, 4년째 접어든 여성발전기금의 운용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금 사업의 효율성 및 효과성 제고를 위해서는 전략적인 재원배분이

이뤄져야 하나, 다수에게 소액씩 배분하는 방식으로 인해 기금사업의 비효

율을 초래했다”며 기획예산처가 재원배분에 문제가 있는 기금으로 문예진

흥기금과 여성발전기금을 지목하자, 언론에서는 일제히 “여성발전기금이

나눠먹기식으로 자금을 배분한 의혹이 짙다”고 보도했다. 이에 여성발전기

금의 주무부처인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위원장 백경남)는 “여성발전

기금의 규모와 여성계의 현실, 그리고 여성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

족”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99년도에 1개의 핵심사업(1억원 지원)을 제외

한 나머지 집행액은 겨우 2억원으로, 적은 사업비를 가지고 150여개 공모

프로젝트 중 13개 사업을 선정, 소액을 집행한 것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여성계도 여성발전기금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재원 조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여성발전기금을 설치할 당시 정

부가 2001년까지 1천억원을 조성하겠다고 공표했지만, 목표년 1년을 앞둔

현재 기금 조성액은 2백여 억원으로 5분의 1밖에 조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상황으로서는 목표달성이 어렵고, 이미 대내외적으로 1천억 목표는 ‘물

건너 갔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기금운용을 개시한 97년 정부가 IMF 경제위기로 인해 애초 예상했던 150

억원보다 적은 50억원을 출연한 이후, 매년 50억원씩밖에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다. 2001년 여성발전기금의 예산에 여특위가 1백억원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마찬가지로 50억원 책정으로 당정협의를 끝낸 상태다.

이처럼 매년 적은 예산에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사업비조차도 턱없이 적

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정부는 기금의 운용수익 한도 내에서만 사업비를

지출하도록 하는데, 운용수익을 다 사용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일부는

원금에 누적시키고 극히 일부만 쓰도록 하고 있다. 98년의 사업비 지출은 8

천만원(운용수익의 약10%), 99년엔 3억원(운용수익의 약 4.7%), 2000년엔 6

억5천2백만원(운용수익의 약 2%)이었다.

이러한 상황이라 기금 공모사업이 2백만원에서 최고 2천만원 선으로 결정

될 수밖에 없다고 여특위 한 관계자는 말한다. 그는 지난 해 실험적으로 1

억원의 핵심사업을 지원했지만, 예상보다 사업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

에 따라 올해는 다시 핵심사업에 대한 지원없이 다양한 단체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사실 사업비가 너무 적기 때문에 다양한 단체를 지원하

면서 동시에 충분한 지원을 하기란 어렵다. 둘 중에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후자보다는 전자가 위험부담이 덜한 게 사실이다.

여특위 측은 여성발전기금의 규모를 고려하면 다른 기금과 절대적인 비교

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번에 기획예산처로부터 같은 지적을

받은 문예진흥기금만 해도 사업비 규모가 5백억원대라는 것. 기획예산처의

자료에 의하면, 정부의 공공기금 총 43개에서 성격이 같은 사업성 기금 37

개 중 여성발전기금은 그 규모가 31위다. 여성발전기금 관리를 맡고 있는

협력조정관실의 박우건 조정관은 “여성의 권익신장이나 복지 등을 목표로

하는 여성발전기금의 특성과 대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부처간에

여성발전기금의 차별성이 제대로 설득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획예산처 한 관계자는 여성발전기금은 “한마디로 기금으로서

적합치 않은 기형적인 기금”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기금들은 원인자 부담

또는 수익자 부담이 원칙이지만, 여성발전기금은 그런 형태가 전혀 아닌 순

수하게 정부 출연금으로만 재원이 구성되는 기금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얘기

다. 기금을 조성하더라도 매년 소비만 되고 수익이 없으면 곧 바닥이 날 것

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기획예산처 기금운용평가단에 참여했던 최영태 회계사(참여연대 조

세개혁팀 실행위원)도 “기금은 자립이 원칙이고, 기금 조성의 초기에만 정

부 출연금이 씨드머니 구실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예진흥기금은 문

화공연을 볼 때 공연비에 원천징수하거나, 과학기술진흥기금은 연구비를 융

자금 식으로 지원하면 그 결과를 통해 회수하는 식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여특위 측은 여성발전기금의 재원 조성 방법에 대해 여성발전기본법

에서 국가출연금, 민간출연금, 운영수익금 등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기

관이 민간기금을 함부로 조성할 수 없고, 대부분의 기금들이 벌이는 복권사

업은 사행성 조장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수익사업이 쉽지 않다

고 설명했다. 현재 유일한 수익사업으로 98년부터‘천만가정 한마음통장’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해 2천5백만원, 1천2백만원 수준으로 수

익이 신통치 않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여성발전기금 운용에 대해 비판하기 앞서, 여성

운동의 본질적인 성격을 고려하고 눈에 보이는 생산성 중심의 사고에서 벗

어나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여성발전기금을 융자사업식으로 운영하는 데

는 반대했다.

일각에서는 민간기금인 한국여성기금을 여성발전기금으로 통합해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한국여성기금은 물론이고 여성단체들은 “여

성발전을 위해 민간에서 만든 기금을 정부가 쓰는 건 웃기는 일이고, 사용

처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한국여성기금은 순수민간기금으로 남아야 한

다”며 일축했다.

여성계에서는 여특위에서 연도별로 구체적인 기금 조성 계획을 전혀 세우

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라며, 계획적인 기금 운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여성발전기금 목표액 1천억원에서 70%인 7백

억원은 정부출연금으로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에 정부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하고, 나머지 30%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인 여특위가 또다른 조성 방

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도 목표액인 1천억원 조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지금부터라도

여성발전기금 확충방안에 대해 담당부처와 정부의 적극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게 여성계의 주문이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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