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진정 모든 것 내려놓았나?
박 대통령, 진정 모든 것 내려놓았나?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6.12.05 18:12
  • 수정 2016-12-05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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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대국민 담화

새누리 비박계용 메시지

 

개헌이 대통령 임기 단축

수단으로 전락돼선 안돼

 

대통령 스스로 퇴진 시기

밝히고 국회 추천 총리에게

전권 넘기겠다고 약속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의 거듭된 대면조사 요청을 끝내 거부하고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처음 퇴진을 언급했다.

담화문 핵심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 박 대통령은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해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상식적이라면 자신의 거취 문제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데 국회에 공을 넘겼다.

둘째,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이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사임이라는 말 대신 임기 단축이라는 표현을 썼다. 탄핵이 아니라 개헌을 통한 임기를 단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발상은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요구하는 200만 촛불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다.

셋째, 나는 물러날 만큼 잘못한 일이 없다. 박 대통령은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는 검찰의 중간수사결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특검 조사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문은 외형상 최근 정치권 원로들과 친박 중진들이 요구한 ‘질서 있는 퇴진’을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퇴진 시기와 방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질서 있는 퇴진이 아니라 어지러운 퇴진으로 치닫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사실상의 하야”라고 했지만 야당은 탄핵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부정행위로 퇴학 처분을 앞둔 학생이 조기 졸업을 요구하는 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담화는 대국민용이 아니라 탄핵 열쇠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를 향한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당장 비박계가 흔들리고 있다. 문화일보가 대통령 담화 직후 비박계 의원 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31명 중 탄핵 투표 시 찬성 19명, 반대 2명, 유보 10명으로 나타났다. 담화 후 9명이 입장을 바꾸었다. 대부분 영남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었다. 여하튼 박 대통령 담화가 비박계를 흔들면서 탄핵 시계를 일단 늦추는 데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새누리당 비주류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는 “대통령 스스로 사퇴 시한을 내년 4월말로 제시하라”면서 12월 9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야당이 주도하는 탄핵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야3당 대표는 대통령 담화 발표 다음날 만나 “대통령은 조건 없이 조속히 하야해야 한다”며 “임기 단축과 관련한 여야 협상은 없다”는 의견을 모았다. “대통령 탄핵을 흔들림 없이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야당이 진정 탄핵을 원한다면 탄핵안 가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비박계와의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비박계에게 탄핵 표결에 참여할 명분을 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야당은 일단 비박계가 요구하는 박 대통령 퇴진 시기를 정하기 위한 여야 협상에 나서야 한다. 협상이 불발되면 예정대로 탄핵안을 표결하면 된다. 지금 정치권에 놓인 진로는 탄핵, 질서 있는 하야, 개헌 등 세 가지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대선 일정과 시국 수습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내년 4월 대통령 사임, 6월 대선을 치르는 정치 일정이 바람직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개헌이 대통령 임기 단축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돼서는 안 된다. 만약 개헌을 한다면 대선전보다는 대권 후보들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고 새 정부 출범 직후에 실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대통령은 담화에서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그러나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 궤도로 돌아가길 진정 바란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 시기를 밝히고 국회 추천 총리에게 전권을 넘기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이것만이 명예롭게 퇴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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