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워 오브 원’ 한 장면. 주인공 피케이는 ‘한 방울의 물이 폭포가 된다’는 진리를 깨닫고 모든 사람에게 진정한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된다.
영화 ‘파워 오브 원’ 한 장면. 주인공 피케이는 ‘한 방울의 물이 폭포가 된다’는 진리를 깨닫고 모든 사람에게 진정한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된다.

고교 시절 자신의 희망을 제출하라는 숙제가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모두가 살아가기가 어려웠는데, 그래도 더 어렵고 힘든 오지에 가서 그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와 희망을 제출했었다. 그러나 이 꿈은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안 있어 기억 속에서 사라졌고, 오히려 대학을 마칠 즈음에는 가르치는 직업은 절대로 갖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말았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곧 나의 철학과 가치관 더 나아가 인생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가 그런 일들을 할 만큼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을뿐더러 ‘나를 따르라’는 방식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 인생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삶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살아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 현장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사회로 뛰어들어 기업 현장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그 이후 기업에서 리서치, 컨설팅, 광고 등 여러 업무들에 매진하면서, 여성으로서 기업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아이 둘을 낳고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직장 업무를 계속한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몸소 체험하면서 그렇게 10여년을 독립운동 하듯이 살았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가르치는 직업을 갖지 않겠다던 다짐이 무색하게 기업현장에서의 실무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필생의 직업으로 가지게 했다. 어느덧 학생들 앞에서 세상의 역군이 되라고 설파한 지 20여년이다. 아직도 학생들 앞에 설 때면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습관이 있지만, 처음 학생들 앞에 섰던 그 때를 잊을 수가 없다. 누군가를 교육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 지식을 잘 전하는 전달자로서가 아니라 지식의 내용과 관계없이 인생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 나아가 내 삶의 모든 것을 드러내야만 한다는 알게 해 준 것이다. 그동안 학생들 앞에 서기를 두려워했던 이유를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었던 경험이다. 누군가의 앞에 선다는 것은 그만큼 엄정한 책임과 의무를 가지는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임과 의무가 가르치는 업무에서만 요구되는 것일까. 기업의 CEO, 병원의 의사, 공공기관의 공무원, 매장의 판매원, 버스 운전기사 등 각자의 업무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책임과 의무 나아가 윤리와 도덕 그리고 가치관이 요구되지 않는 업무는 단 한 가지도 없을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 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사회 전체에 미치는 피해가 얼마나 엄청났는가 말이다. 기업 CEO의 무책임한 경영행태가, 의사의 예기치 못한 시술이, 공무원의 공정하지 못한 직무행태가, 영업 판매원의 비리가, 버스 운전기사의 실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예기치 못한 파장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우리들은 매일 뉴스 기사를 통해 수없이 접해 왔다.

결국 어느 누구 한 사람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또 어떤 업무도 중요하지 않은 직무는 없는 것이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철학과 윤리, 그리고 가치관을 가지고 임해야만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 덕분에 모두가 좀 더 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지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위대함이 드러나게 될 것 아니겠는가.

영화 ‘파워 오브 원’이 있다. 1930년대 인종차별이 극심한 남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엄청난지 알려주는 영화다. 혼자의 힘으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이던 주인공 피케이는 자연에서 ‘한 방울의 물이 폭포가 된다’는 진리를 깨닫고 모든 사람에게 진정한 희망을 주는 ‘레인 메이커’가 된다. 파워 오브 원에서는 ‘진정한 힘’이란 평범한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며,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합과 포용이라는 교훈을 극명하게 전해준다. 한 사람은 위대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처해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함께 멋진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 모두가 스스로 위대한 한 사람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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