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제28대 총여학생회장 마태영씨...찬성 86.9% 당선 화제

“차별·혐오 만연한 문화 바꾸자”...‘1인 시위’ ‘몰카 탐지’ 대응도 강조 

“‘여성’으로 대표되는 많은 소수자들 대표하는 총여 될 것”

 

(오른쪽부터) 연세대 제28대 총여학생회 선거에서 당선된 ‘around’ 선거운동본부의 정후보 마태영씨(신학과·3)와 부후보 임소영씨(생활디자인학과·2) ⓒ마태영 씨 제공
(오른쪽부터) 연세대 제28대 총여학생회 선거에서 당선된 ‘around’ 선거운동본부의 정후보 마태영씨(신학과·3)와 부후보 임소영씨(생활디자인학과·2) ⓒ마태영 씨 제공

연세대학교에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가 약 90%의 득표율로 총여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지난해 국내 대학 최초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가 총학생회장으로 뽑힌 데 이어, 이번엔 최초의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총여학생회장이 탄생해 화제에 올랐다.

연세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6일 열린 제28대 총여학생회 선거에서 단독 출마한 ‘around’ 선거운동본부의 정후보 마태영씨(신학과·3)와 부후보 임소영씨(생활디자인학과·4)가 당선됐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총 유권자 7467명 중 50.82%(3795명)가 투표했고, 86.90%(3298표)가 찬성표를 던졌다. 오는 12월 2일까지 특별한 이의가 제기되지 않으면 당선이 확정된다.

연세대 신학과 부학생회장을 지낸 마씨는 1학년 때부터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 ‘컴투게더’에서 활동했으며, 이를 당당히 밝힌 채 출마했다. 약 90%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선거 운동 중 “징그럽다”는 말을 듣는 등 숱한 차별·혐오를 겪었다. “하루하루 마음이 안 다친 날이 없었다”고 했다. “진정한 평등 문화는 아직 학내에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봅니다. 입학생의 성비나 겉만 둘러봐선 잘 보이지 않지만, 학내에선 아직도 많은 성폭력이 일어나며 성소수자에 대한 감수성도 낮아요.” 

 

새 총여학생회는 “여성으로 대표되는 많은 소수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은 △차별·혐오가 만연한 일상 문화의 근본적 변화 △소수성에 대한 고민 △학내 차별·혐오에 적극 대응을 기조로 내세웠다. ▲몰래카메라 탐지 사업 ▲강의실 내 교수의 차별·혐오 발언에 대한 1인 시위 ▲성인지 교육 내실화 등의 공약이 눈에 띈다. 

특히 ‘몰카’ 탐지 사업은 많은 여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과거 학내에서도 ‘몰카’ 성범죄가 발생한 적이 있어서 많은 여학우들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학교와 함께 진행할 계획이지만 어렵다면 총여가 단독으로 탐지기를 구매해 실행할 겁니다.” 

지금까지 전 학년에 동일하게 적용됐던 성인지 교육 내용을 세분화·효율화할 계획도 밝혔다. “학내에 성폭력 사안 관련 대자보를 붙이면 해당 사안이 빠르게 공론화돼 경각심을 일으키지만, 어느 ‘나쁜 사람’의 문제로 귀결되기도 해요. 그러한 언행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구조’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요. 성인지 교육을 내실화하면, 학우들도 자신 역시 그러한 구조 속에서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될 거라고 봐요.”

마씨는 “원래 총여는 여성만이 아닌 다른 많은 소수자들을 대표해온 기관”이라고 했다. “언젠가 진정한 평등이 이뤄져 총여가 사라지기를 바라지만, 그 전까지는 자리를 지켜야죠. 저는 사람들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또 한 걸음 나아가고, 남들이 쌓은 벽돌 위에 벽돌 하나를 더 올리고자 합니다.”

한편, 연세대 성소수자 동아리 ‘컴투게더’는 선거 결과 발표 이후 학내에 ‘마씨의 커밍아웃을 지지한다’는 대자보를 발표하고 “한 사람의 용기가 많은 사람들의 존재를 이렇게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그의 용기가 만든 불꽃이 쉽게 스러져버리지 않도록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서울대에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인 김보미 씨가 총학생회장에 당선돼 화제에 올랐다. 김씨는 선거 전 열린 선본 공동정책간담회에서 “사람들이 가진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며 사랑하며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며 커밍아웃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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