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김포·신촌 등 곳곳에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업체 간 갈등

처우 개선 요구하면 하청업체-원청업체 서로 책임 떠넘겨

‘나이든 아줌마’라는 비하, ‘당신이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 무시

국회 ‘직접고용 하겠다’ 5년째 희망고문

 

전국 곳곳에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파업과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울산과학대학교(명예이사장 정몽준) 청소노동자들은 12월 1일 천막농성 파업 900일을 맞는다. 지난 10월 말에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은 병원측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당했다. 앞서 9월에는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이 파업 과정에서 고소당했다. 국회는 2011년 용역업체 청소노동자를 직접고용하겠다는 말을 꺼낸 후 최근까지 5년째 노동자들을 희망고문 중이다. 정치적 희생양이 된 셈이다.

통계청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중 69.2%는 여성이다. 일자리 대다수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중장년층의 여성들에게 강요된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2014년 6월 16일 파업을 시작해 천막농성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20명이 파업에 참여해 현재 여성 6명, 남성 2명이 남아있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65세. 당시 최저임금인 시급 5210원을 기본급으로 받고 있었던 이들은 790원을 인상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용역업체는 이를 거부했다. 파업 1년째가 되자 원청업체인 대학 측은 이들이 고용된 용역업체와의 재계약을 거부했다. 그 과정에서 대학 측은 노조와 작성했던 고용합의서를 어기고 이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하지 않아 해고당했다. 올해 7월에는 대학에 1인당 8200만원의 강제이행금을 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져 재산을 압류당할 처지다. 금액은 계속 늘어 현재 1억원이 넘은 상태다. 올해 10월에는 국회의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이들의 파업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포공항 용역 청소노동자들의 분쟁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 노조를 만든 후 지난 8월 하청업체 관리자들이 수년간 일삼은 성추행 문제를 공론화하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에 가까운 기본급을 정부지침인 8200원으로 올려줄 것 등을 요구했으나 용역업체와 한국공항공사 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후 용역업체는 파업으로 업무를 방해했다며 1억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현재 진행 중이며,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문제를 공론화한 손경희 지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노조는 파업에 앞서 용역업체가 상여금 일부를 착복한 문제를 제기해 바로잡기도 했다.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 용역 청소노동자 8명은 최근 병원 측으로부터 특수건조물침입·업무방해·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10월 고소당했다. 노동자들이 병원 로비에서 팻말을 들고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했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자들이 유인물을 배포하게 된 이유는 원청업체인 연세대와 세브란스병원의 '민주노조 인정'과 '부당노동행위 책임자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노조는 지난 10월 병원 측이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하청업체인 청소용역업체 측에 노동자 간 갈등 유도를 지시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용역 청소노동자가 정부지침 준수하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청소 업무를 하고 있다.
김포공항 용역 청소노동자가 '정부지침 준수하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청소 업무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지난 10월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세브란스병원과 하청업체 태가비엠의 청소노동자 노조 탄압,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10월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세브란스병원과 하청업체 태가비엠의 청소노동자 노조 탄압,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청소노동자는 왜 최저임금만 받아야 하나

문제는 노사 갈등이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문제 인식-노조 결성-노조 방해-처우개선 요구-대화 거부-파업-소송·해고-파업 장기화로 이어진다.

청소노동자 대다수는 외주 용역업체에 고용된 계약직 신분으로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고 있다. 특히 수 십 년간 같은 일을 해왔음에도 이들의 기본급은 항상 법정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 100만원 후반대의 급여를 받는 경우는 일평균 근로시간 10시간, 주 6~7일 근무에 특근과 잔업으로 혹사당하면서 받은 각종 수당이 더해진 것으로 최저임금이 아니라는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사측에 임금인상을 비롯해 근로 환경 개선, 노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각종 차별을 받기도 한다. 이를 위해 노조를 결성하지만 활동을 방해 노조원들을 차별해 노조활동까지 억압한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문제가 용역 하청업체와 원청업체 간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용역업체는 자신들에게 해결 권한이 없다며 원청업체에게 넘긴다.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의 문제에 관여할 수 없다며 대화를 거부한다. 대신 문제 제기를 한 이들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은 두 곳이 엄격하게 묻고 있다. 하청업체는 1년 단위 계약 만료 시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해고를 하거나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않아 해고하기도 한다. 또 파업과 집회로 업무 방해를 했다며 법적 대응을 한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원청 사업자가 실제 사용자면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원청의 기준에 따른 것이어서 원청이 근로조건에 대해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책임 있는 사업주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갈등을 푸는 중요한 열쇠는 직접고용이다. 국회는 상징적으로 청소논동자를 직접 고용하겠다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용역 청소노동자들을 정치적 도구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2011년 당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이는 새누리당 출신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다. 그러나 2013년 12월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시 문제가 많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시 노동3권이 보장되는데 그럼 툭하면 파업하지 않겠냐”는게 이유였다.

2016년 6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이 취임 일성으로 직접고용을 약속했다. 이번엔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과했지만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서 발목이 잡혔다.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은 “국회에서 직접고용하자는 취지는 좋을 수 있는데 파급 영향력이 문제다. 타 기관들이 다 같이 (직접 고용을) 해달라고 했을 때 앞으로 얼마나 예산이 소요될지 영향도 짚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예산 문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열악하지만 그 중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은 더 절박하다. 임윤옥 대표는 “원청이나 용역에서 이들이 처우 개선 요구나 문제 제기를 할 경우 ‘나이든 아줌마라는 식으로 비하하고 인격을 무시하며 당신이 아니어도 일할 사람이 많다’는 입장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반적인 비정규직, 용역 노동자라는 고용의 가장 열악한 조건에다가 특히 청소 업무는 특별한 기능이 필요 없고 허드렛일이라는 인식까지 더해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청업체의 직접고용뿐만 아니라 청소 노동을 저급한 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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