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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에서 암투병까지, 그녀의 도전은 계속된다
실업계 고교 출신 최초 ‘골든벨 우승’ 김수영
입력 2011-01-25 오전 10:06:05

▲ 김수영 씨
실업고 출신으로는 최초의 ‘도전골든벨’ 우승자,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거쳐 세계 매출 1위 정유기업 로열더치쉘 영국 본사에서 카테고리매니저(마케팅 담당)까지 드라마틱한 삶을 살고 있는 김수영(30·사진)씨. 김 씨는 왕따, 문제아, 가출소녀 등 방황의 십대 시절을 보내고 남들보다 일 년 늦게 여수정보과학고에 들어갔다. 경리로 취직이나 하라는 부모님 말씀에 대학 합격장을 보여드렸다.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꿈을 잃지 않은 덕에 도전 골든벨 우승한 후 성공한 인생을 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입사 직후 암이 발병하면서 ‘진짜 인생’을 찾게 되었다는 김수영씨에게 그의 삶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해외 취업이 어렵지는 않았나.

“일 년 정도 취업에 매달렸다. 당시 인터넷을 통해 ‘영국 취업’ ‘해외 취업’으로 검색하면 ‘외국인으로서 영국에 취업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라는 말만 올라왔다. 당시 나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같은 한국인 학생들도 영국취업에 비관적이었다. 편견을 깨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영국 100대 회사 중 외국인 직원들에게 취업비자를 내주는 회사 위주로 공략했다. 100번이 넘는 서류지원과 수십 번의 인터뷰가 계속됐다. 계속 떨어지면서도 꾸준히 인터뷰 스터디를 하면서 면접의 달인이 되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후 나를 데려가겠다는 회사가 네 곳이나 나타났다. 지금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전 세계를 누비며 살기로 한 내 인생계획에 적합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해외커리어 경험자로서 ‘한국이 답답하다. 일벌레가 아닌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20대들의 메일을 많이 받는다. 그 중에서 가장 답답한 질문은 ‘정말 한국인도 취업시켜주느냐?’다. 취업에서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스펙 강박증 때문에 스스로 실패자라고 낙인찍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막상 직장생활을 해보니 온갖 학교 출신들이 다 모여 있었다. 중요한 건 열정과 노력이지 성공과 학벌이 아니다.”  

-힘들게 취업했는데, 회사를 그만둔다고 들었다.

“영국으로 오기 전부터 5년 주기로 대륙을 옮겨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6월부터 1년 동안 런던에서 서울까지 육로로 여행할 계획이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꿈을 취재하면서 내 꿈도 이뤄 볼 생각이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의 지중해 요리법을 배우고, 터키에서는 벨리댄스쇼에 참여하거나, 파키스탄 난민촌 자원봉사, 인도 발리우드 영화 출연 등을 해보는 거다. 상상만으로도 가슴 뛴다. 여행을 마치면 브라질로 갈 거다.”

-왜 브라질인가.

“지금까지 가 본 나라들 중에 브라질이 가장 좋았다. 문화적, 인종적으로 다양하고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역동적인 곳이다. 물론 아름다운 자연도 매력적이다. 아직 50개국 밖에(?) 가질 못해서 다른 곳이 좋아질 수도 있을 거 같다. 인도도 좋아하는 곳이다. 지난해 1월에 갔었는데,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고향에 간 듯 한 느낌이었다. 뭄바이의 화려한 나이트라이프, 방갈로르에서의 결혼식 참석, 아쉬람 체험 등 정말 행복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실제로 많이 다닌다. 갈 곳 많은 지구별에서 짧은 인생동안 한 곳에 머무르는 것은 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주나 점을 볼 때마다 ‘역마살이 끼었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오래 머무는 일은 내게 너무 답답하고 힘든 일이다.(웃음)”

-30대에 접어들었다. 혹시 부모님이 결혼을 재촉하시지는 않나.

“얘기는 하시지만 압박을 준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결혼할 수도 있는 거고. 그렇게 된다면 내 아이뿐만 아니라 제3세계 아이들을 입양해서 새로운 삶을 주고 싶다.

▲ 2008 아르헨티나 뻬리또 모레노 빙하에서 명상중인 김수영 씨

-‘새로운 삶’이란 무엇을 의미하나.

“가족과 교육, 안전한 환경,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작년에 출간한 책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를 보면 ‘꿈’에 대해 많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골드만삭스 입사 직후 암 발병으로 꿈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했다고 하던데 그 때 심정이 어땠나.

“억울했다.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데, 아직 25년 밖에 살지 못했는데, 부모님께 진 빚도 갚지 못했는데, 라고. 막 입사한 터라 병가를 쓰기도 곤란해 근무 중에 치과를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수술을 받고 일터로 돌아왔다. 암 초기라 비교적 어렵지 않게 수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정신적인 충격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예고 없이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미래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희생하는 건 억울한 일로 여겨졌다. 매일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자고 결심한 거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들을 적으며 73가지 꿈 리스트를 만들었다. 리스트에 ‘성공’을 채워가다 보니 직접 쓴 책까지 출판하게 됐다. 책을 본 많은 사람들이 응원과 고민을 담은 메일들을 보내오고 있다. 정말 감사하고 기쁜 일이지만 일일이 답장할 수 없어 너무 죄송하기도 하다. 대신 트위터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공한 리스트가 몇 개인가.

“지난해 킬리만자로를 등정하면서 34개를 달성한 셈이다. 20대의 마지막 해에 성취한 것으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달성하기 가장 어려웠던 건 무엇이었나.

“부모님 집을 장만해 드리는 거였다. 건설회사 부도로 예순이 넘도록 전셋집을 전전해오신 부모님이 이사 걱정 없이 편안히 지내셨으면 했다. 막상 집을 찾아보니 이런 저런 이유로 2년 가까이 구할 수가 없었다. 집은 가격만 맞는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 여러 사람들의 상황과 의견이 다 맞아야 했다.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결국 집은 포기하고 대신 땅을 마련해 지난해 8월 목수기술자인 아버지가 직접 지으신 집이 완공되었다. 아버지가 손수 지으신 집이라 무척 감격스럽다. 평생 편안히 그 곳에서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리스트는 어떻게 되어 가나.

“아직 진행형이다. 새로운 꿈이 생길 때마다 추가될 거다. 인생은 한 번 뿐이고 세계는 너무 넓다.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할 생각이다. 김수영의 꿈 리스트를 기대해 달라.”

김수영 트위터 twitter.com/73dreams 블로그 http://blog.naver.com/cyberelf00

2014 여성신문 '여성이 평화입니다'

김혜진 / 여성신문 기자
1119호 [문화] (201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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