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크기+ 글자크기- 뒤로가기 목록보기 인쇄하기 메일전송하기 스크랩하기
 
전 군수 L씨와 계약직 여직원 사이의 성희롱 공방
“예쁠 때 누드사진 찍자?”
군청 계약직 여성 “성희롱이다”
전 군수 “선거용이다” 주장

“‘누드사진 모델은 30만원 줬는데 특별히 50만원 주겠다’
‘사진 찍기 3일 전부터 몸에 자국 남으니 속옷 입지 말라’는 말을 해 성적 수치심 느꼈다”
입력 2010-05-28 오후 1:39:27

▲ 전북 K군청 전 군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한 K씨.
전북 K군청에서 일하던 계약직 여직원 A(23)씨가 전 군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5월 6일 전 군수 L씨를 전북경찰청에 고소하고 이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6·2지방선거에서 재도전을 위해 뛰는 L 전 군수는 “사실무근”이라며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동으로 치부했다. L씨 역시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청 정읍지청에 A씨를 고소해 맞고소가 진행 중이다.
난 5월 20일 전북 K군 자택에서 만난 A씨는 “L 전 군수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성희롱을 당했다”며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말 군의회 의장실에서 군의장이 찍은 사진첩을 보던 중 누드사진이 나오자 군수가 ‘예쁠 때 누드사진을 찍어두는 게 어떻겠나’라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L 전 군수와 의장이 함께 한 자리에서 “‘사진 속 누드사진 모델은 30만원을 줬는데 특별히 50만원을 주겠다’거나 ‘사진 찍기 3일 전부터 몸에 자국이 남으니 속옷도 입지 말라’는 등 말을 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1월 말과 2월 23일, 3월 30일 지속적으로 이어진 L 전 군수의 ‘누드사진 제의’에 대해 A씨는 두 번째 질문에 “정색하고 거절했다”고 했다. 2월 23일 재차 이어진 질문에 A씨는 “부모님과 상의해보겠다”며 다시 한 번 거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L 전 군수는 이때도 ‘미성년자도 아닌데 부모님과 상의를 하느냐’며 비꼬듯 말해서 기분이 나빴다”고 A씨는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A씨는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고 기분 나쁘지만 지나치려고 했으나, 몇 달에 걸쳐 이야기가 계속됐다”며 “군 내 행사 등에서 L 전 군수와 자주 마주치는데 그 때마다 같은 질문을 받는 상황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토로했다. 결국 지난 4월 27일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L전 군수측은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테러 수준의 흑색선전에 몰두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L전 군수선거 캠프 관계자는 “전 군수는 A씨가 주장하는 성희롱을 한 일이 없으며 선거 때마다 제기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A씨 측이 당내 경선 상대 후보에게 금품을 요구한 정황이 있다”며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으로 법의 결정이 난 이후에 보도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008년 공공근로로 K 군청에서 일하기 시작한 A씨는 2009년 10월 군청 기획실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올해 초 1년 단위 계약직 직원으로 갱신, 자료실에서 근무했다. A씨 부모는 여상 출신인 A씨의 기능직 특별채용에 도움이 될까 싶어 사건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L씨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었다.

◆ 선거 앞둔 지역사회 술렁

사건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도 술렁였다. 전북여성단체연합은 지난 5월 13일 성명을 낸 데 이어 24일엔 민주당 전북도당 관계자를 만나 성희롱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성립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L 전 군수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당 관계자는 “‘중앙당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명희 전북여성연합 교육국장은 “이왕이면 6·2지방선거 전에 당이나 후보자의 공개적 사과나 유감 표명, 공직자 윤리교육 검토 등을 기대했지만 어떤 입장 표명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에 그쳤다”고 씁쓸해했다.

K군 군민들도 관련 내용에 대해 애써 ‘쉬쉬’ 하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K군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인터넷에 그런 이야기가 떴다는 소리는 들었다”면서도 “오히려 주변에서는 ‘설마 군수가 그랬겠느냐’며 동정표가 생기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70대 남성은 “일반인도 그러면 안 되지만 단체장이라는 사람이 여러 번 군 직원에게 그런 요구를 했다는 것은 분명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 사실이 알려졌으면 바로 사표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열을 올렸다.

◆ 민주당 “후보 자격 사퇴시킬 만큼 시급한 문제 아니다”

L 전 군수를 K군수 후보로 공천한 민주당은 윤리위원회가 사건 보고를 받은 후 조사원을 K군에 중앙당 당직자와 민주여성리더십센터 당직자로 구성된 조사단을 파견했다. 이들은 첫 번째 윤리위 회의에서 상반된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차례에 걸친 회의에서도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민주당은 ‘0순위’ 업무인 선거에 임하게 됐다. 윤리위 관계자는 “L 전 군수가 후보 자격에 문제가 있다면 추후에 징계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후보 자격을 사퇴시킬 만큼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음 윤리위 회의는 선거가 끝난 후가 될 예정이다.

◆ 피해자, 맞고소에 명예훼손 가해자 조사 받아

▲ 전북 K군청 소속 계약직 여직원이 군의회 의장실에 불려가 ‘누드사진 찍을 것’을 제의받았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당 군 의장의 사진첩에 실린 누드 사진 컷.
L 전 군수가 마지막으로 ‘누드사진’ 관련 발언(3월 30일)을 하고 한 달여 후인 4월 27일부터 A씨는 K군청에 출근하지 않았다. 성폭력 상담소 등을 통해 도움을 요청한 A씨는 상담소에 제출할 요량으로 작성했던 진술서 일부를 5월 2일 민주당과 주요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민주당 윤리위원회 차원의 조사가 진행됐고 주변 조언을 참고해 A씨는 5월 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는 5월 20일 전북 K군에 위치한 A씨 자택으로 방문조사를 다녀갔다.

L전 군수 측도 조용히 두고만 보진 않았다. 5월 초께 선거관리위원회에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게시물 삭제 등 가처분 신청을 했고, 20일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L 전 군수가 검찰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건에 대해 A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5월 19일 열두세 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2014 여성신문 '여성이 평화입니다'

1084호 [사회] (2010-05-28)
전북=김유리 / 여성신문 기자 (grass100@womennews.co.kr)
글자크기+ 글자크기- 뒤로가기 목록보기 인쇄하기 메일전송하기 스크랩하기

전체의견


- 욕설 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될 수 있으며 댓글 서비스 이용시 제한조치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의견쓰기

네이버 뉴스스탠드 여성신문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