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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히스토리
창립 20주년 맞은 성주그룹 김성주 회장
“여성 위해 헌신하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고파”
미래 희망은 여성…차세대 여성 리더 위해 GSW에 기금 지원
입력 2010-05-28 오후 1:17:09

▲ 김성주 회장은 5월 21일 베이징 GSW 회의 기간 중 성주재단 출범을 선포, 향후 10년간 연 10만 달러씩 총 100만 달러를 영 리더를 키워내는 데 기부하겠다고 GSW 아이린 나티비다드 회장에게 약속했다. 그는 이미 성주재단 출범 이전부터 매년 순수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고 50여 개의 NGO를 지원해왔다.
“Girls, be ambitious!”(여성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난 5월 열린 베이징 세계여성지도자회의(GSW)를 전후해 만나 틈틈이 취재한 결과, MCM 브랜드의 김성주(54) 성주그룹 회장이 때론 5~10분, 때론 1시간 넘게 열정적으로 토해낸 속내는 바로 이 단순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면엔 “가깝고도 먼 이웃인 중국을 선용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사업가로서의 인식과 “여성은 변화의 주체다. 아주 감성적이며 굉장히 똑똑하고 전 세계 공통적으로, 이슬람 국가에 이르기까지 늘 외부와의 접촉을 열망하는 존재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이 커야 아이가 큰다”는 그의 평소 신념이 결합된 결과다.

“우리의 청력이 지구의 자전 소리를 감지 못하듯 중국의 13억 인구가 뭉쳐서 매년 9∼10% 성장하는 소리를 당장은 잘 감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시간적으로도 1시간밖에 차이 나지 않는 바로 우리 앞마당에서 전 세계가 중국을 잡으려 큰 게임을 벌이고 있다. 5년, 아니 3년이 한국에는 골든타임이다.

중국은 머니 파워로 못 하는 게 없는 무시무시한 상대다. 세계 시장에서 승부하려면 핵심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다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중국은 이미 브랜드 파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일개 작은 자동차 회사가 스웨덴의 볼보 브랜드를 사들이는 상황이니, 기술력을 보유하는 것 역시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런 때, 한국의 문제는 ‘안’이 아니라 ‘밖’에 있고, 따라서 ‘밖’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19세기 말처럼 격변의 세기다. ‘여성이 지금 어디 서 있느냐’ 한탄하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 남성이 바꿔주길 바라는 것, 정부가 무언가를 해주길 바라는 것은 정말 수동적인 태도다. 이젠 여성이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가지고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가 롤모델로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소위 그의 3·5·7 전략이 대표적이다. 즉, 3년 안에 중국에 50개 매장을 오픈해 루이뷔통이나 구치를 넘어서 중국의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패션 아이콘으로 MCM을 만들고, 이 여세를 몰아 5년 안에 글로벌 시장을 정복하며, 7년 안에 세계에서 제일 좋은 브랜드를 따라잡고, 글로벌 브랜드 1개 이상을 인수하는 비전이다. 이 비전의 핵심엔 “난 중소기업 여사장”이란 당당한 자부심과 오기가 엿보인다.

“우리의 전략은 인력 투자와 겸손함”

▲ 중국 여성계를 대표하는 첸질리 중국인민회의 부의장이자 중국여성연합 회장과 함께 한 김성주 회장. 그는 중국 시장에서 여성 중소기업의 글로벌 기업 가능성을 보고 있다.
그는 “중국 대륙을 여성 중소기업이 잡으면 그야말로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여성 기업인이 투명함으로 성공한다는 것과 아시아의 중소기업도 글로벌 시장으로 감연히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조카 같은 친근함을 느끼는 한류스타 비와 함께 중국으로 간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는 김성주 회장. 그는 중국 시장에서야말로 최고 중의 최고의 명품으로 승부하고 싶다. 그래서 최근엔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함께 연구개발에 힘써 신소재를 활용한 그린 콘셉트로, 다른 명품 이상의 최상의 품질로 MCM을 만들어낼 계획을 차곡차곡 세우고 있고, MIT와도 머지않은 미래에 손잡을 생각이다.

중국 시장은 전 세계 명품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인 데다가 유럽에서의 명품 구매 고객 중 중국 관광객의 비율이 이미 40∼50%에 이르고 있다. 중국 인구의 5%만 해도 7000만 명이란 헤아리기조차 힘든 수치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명품의 세계, 그 별들의 전쟁에서 그가 내세우는 차별화된 전략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영혼’(spirit)이 살아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우린 부가가치 산업이니 인건비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에 있는 40개 공장을 동남아시아로 옮기지도 않았고, 프라다나 구치가 유럽에 버리고 간 공장을 오히려 다시 사서 독일과 이탈리아에 10개 공장을 두고 있다. 다음은 “겸손한 브랜드” 이미지 전략이다. 명실공히 독일 명품 브랜드 MCM을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5년 전만 해도 자신이 주최한 밀라노 패션쇼에서까지 유럽인들의 오만함으로 수모를 겪어야 했던 뼈아픈 경험,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아시아인들의 구매력에도 불구하고 종종 보내는 경멸과 멸시 등을 속속들이 경험했기에 나온 전략이다.

“수만원의 원가를 들여 수백만 원에 버젓이 파는 것이 명품이 아니다. 면세점에서 수천억원의 수입을 올리고도 이를 가능하게 해준 나라에 수백만원의 세금만 겨우 내는 것이 명품이 아니다. 벌어들이는 족족 돈을 실어나가면서 기여는커녕 아시아인들을 뒤에서 무시하는 그런 마인드를 가진 브랜드를 어떻게 명품이라 할 수 있는가. 우린 이들과 달리 스피릿을 소중히 하는 그런 브랜드가 될 것이다.

광고는 단기적 전략일 뿐이다. 여성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 결국은 고객의 충성을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우릴 위해 일하니, 우리 또한 너희 제품을 사서 키워줄 것이라는. 이런 것이 바로 새롭고도 무한한 가치 창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의식을 바꿀 수 있는 그런 명품 문화를 만들고 싶다.”

그는 이번 GSW 회의 말미에 발표한 성주재단 출범을 통해 세계 여성들을 위해 향후 10년간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혀 1000여 명 참석 인사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그의 발표는 20주년을 맞은 GSW는 물론, 창립 20주년의 성주그룹과 스무 살이 된 그의 딸에게 뜻깊은 선물이 됐다. 그 단초는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그의 모친이 몸소 보여준 절제와 이타적인 삶에서 시작됐다.

이타적 봉사정신, 어머니가 물려준 유산

광산업으로 어마어마한 땅과 부를 축적한 고 김수근 대성그룹 회장의 7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난 그는 재벌가 부인답지 않게 절약에 절약을 더하는 모친 여귀옥 여사의 평소 생활태도에 어려서는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모친은 아버지에게서 받은 생활비의 80∼90%를 저축해 주변의 이웃을 틈틈이 도왔다고 한다.덕분에 그의 형제들은 검소한 식탁과 시장에서 천을 끊어와 만든 옷, 헌 옷과 헌 물건, 자투리 천으로 만든 조각보 이불 등에 익숙해졌다. 이렇게 아낀 돈은 남편 사후 두 아이와 함께 남겨진 여성가장이 미용기술을 배워 미장원을 차리고 자녀들을 대학까지 교육시키는 등 주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대부분 쓰였다. 이후 어머니의 돈을 밑거름으로 해서 재단이 만들어져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로 발전했고, 현재는 언니 김정주 박사가 이끌고 있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공부하라’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이렇게 공부하지 않다가는 바보가 되는 것 아닌가’란 걱정이 들 정도였다. 언니가 60명 중 58등을 한 성적표를 가져왔을 때도 ‘너보다 못한 애가 두세 명은 더 있네’ 하시던 분이다. 덕분에 형제들이 밤 새워 공부하고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다 명문대에 진학한, 그런 악바리들이 됐는지도 모른다. 어머니에게 한 가지 엄격한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신앙 교육이었다. 성경을 외우지 않으면 잠을 재우지 않으셨으니까.”

그는 모친이 9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후 코마 상태로 있다가 4년 전 타계하자 “너무너무 귀한 어머니를 내가 모시고 살았다”는 사실을 뼛 속 깊이 깨달았다고 한다. 교회 장례식엔 그가 모친 생전에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수백 명의 조문객들이 몰려왔다. 그 중엔 서울역을 서성거리던 불량 소년 출신으로 모친의 도움을 받아 신학교에 진학, 목사가 돼 가족이 함께 온 젊은이도 있었다. 그 목사의 말대로 “어머니가 키운 가족”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옆에 앉은 딸에게 말했다고 한다. “인생은 저렇게 살아야 해”라고.

여성일수록 자기극기와 사회책무 더 강하게 가져야

한편으론, 철저히 아들 중심인 부친의 차별도 그가 성장하는 데 한 몫을 했다. 부친 사후 재산도 아들들에게만 분배되었다. 그는 열세 살 무렵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한 성적표를 부친에게 보였다가 “또 똑똑한 딸인가”란 한탄 아닌 한탄을 들었을 때의 그 충격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여자는 성공하면 안 되고, 또 지도자가 될 수도 없구나” “여자는 조용·조신하게 부모가 시키는 대로 결혼하면 되는구나”란 ‘이등시민’ 의식을 실감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때문에 오빠들의 수조원대 그룹에도 기죽지 않고 경쟁하겠다는 오기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의 계획대로 진행해 가면서 점차 세계 시장을 넓혀 간다면 1조원 대가 넘는 회사를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한다.

“여성이 이 무한의 경쟁 구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반드시 리더십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그중 핵심은 바로 ‘자기극기’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는 건강하게 생활하며 심리적 장벽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가지는 것과 통한다.

여기에 사회에 대한 봉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현재 여성이 받는 혜택은 윗세대와 비교도 안 되게 많은 반면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은 너무 적다. 그래서 속상하다.”

▲ GSW 회의장에서 자궁경부암 기금 마련을 위한 특별 스카프 판매 자원봉사자로 나선 외동딸(왼쪽)과, 역시 GSW 회의를 위해 자원봉사 중인 나티비다드 회장의 아들과 함께 한 김 회장.

▲ 성주그룹 김성주 회장    ©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 김성주 회장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앰허스트대와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후 미국 최고의 백화점 블루밍데일즈에서 소매 유통업의 기본 훈련과 경험을 쌓았다. 1990년 (주)성주를 설립,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Gucci, Sonia Rikyel, YSL, MCM과 함께 영국 내 패션 유통회사인 Marks & Spencer의 국내 독점 대리권을 확보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 Gucci를 270억 원에 되팔아 부도 위기를 넘겼는데, 이에 대해 그는 “이중장

2014 여성신문 '여성이 평화입니다'

1084호 [] (2010-05-28)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pleu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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