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동등대우’ 회사가 직장 내 성폭력 더 잘 대처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 두 달, 여성신문은 5일부터 매주 목요일 3연속 미투 운동 관련 토론회를 여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미투 운동의 의미를 짚어보고 미래를 위한 노력을 제언합니다. 우리의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고민하고 변화를 제안하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의견은 saltnpepa@womennews.co.kr로 부탁드립니다.

여성신문-국가인권위원회 공동기획
#WeToo - 미투 너머를 논하다
“성평등한 일터가 여성이 안전한 일터
고위직 여성비율, 자체 성폭력 대응역량 점검해야”

우리 사회엔 직장 내 성폭력을 겪어도 조직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는 불신이 팽배하다.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가해자를 철저히 징계하면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더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남성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일터의 성평등 수준부터 점검하는 일이라고 젠더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직이 내부의 성범죄나 성차별에 민감할수록 여성 구성원들은 조직이 민주적이고 안전한 노동 환경이라고 느낀다”라며 기업들이 조직의 남녀 구성, 고위직 남녀 비율, 성폭력 발생 시 자체 대응 역량 등을 점검해 볼 것을 권유했다. “성평등한 일터는 여성에겐 곧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노동 환경”이다. 조직 내 여성 비율이 높을수록, 여성들이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고 문제 해결을 요구할 때 지지하는 문화를 갖춘 조직일수록 여성들에겐 더 민주적이고 안전한 노동 환경이라는 얘기다.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도 “노조가 있고 상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일터일수록 성희롱 경험 비율이 낮다”고 밝혔다. 여성학자 권수현 박사도 “결국 조직과 사회 전체의 성평등 의식이 올라가지 않으면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직장 내 성폭력, 반드시 2차 피해 낳는 이유 (www.womennews.co.kr/news/141320)

‘왜 저항 안했나’ 캐묻는 한국 성폭력 규정, 피해자 두 번 죽인다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 두 달, 여성신문은 5일부터 매주 목요일 3연속 미투 운동 관련 토론회를 여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미투 운동의 의미를 짚어보고 미래를 위한 노력을 제언합니다. 우리의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고민하고 변화를 제안하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의견은 saltnpepa@womennews.co.kr로 부탁드립니다.

여성신문-국가인권위원회 공동기획
#WeToo - 미투 너머를 논하다
폭행·협박 증명해야 성폭행 인정하는 한국법
피해 사례 10건 중 1건만 인정돼
2차 피해 심각…실질적 처벌도 어려워
“성폭행, ‘적극적 동의’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독일·아이슬란드 등 선진국은 이미 법개정 추세

가해자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성적 행위나 발언을 했다. 지난 세 달간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으로 드러난 사건들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성관계를 강요한 가해자 모두가 강간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강간죄의 성립 요건을 매우 좁게 해석하는 ‘최협의(最狹義)설’ 때문이다. 형법 제297조, 제298조에 따라 강간죄와 유사강간죄로 인정받으려면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에 이르는’ 폭행 또는 협박이 존재해야만 한다.

이를 충족하는 성폭행 피해 사례는 전체 10건 중 1건에 불과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최근 발표한 ‘2017 상담 통계 및 상담 동향 분석’에 따르면 성폭력상담소가 접수한 성인 성폭행 피해자(124건) 중 현행 강간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는 12.2%(15건) 뿐이었다.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강간죄로 처벌하지 못한 사례가 절반가량인 43.5%(54)에 달했다.

여성계는 ‘강간죄 최협의설’이 2차 피해를 유발한다며 반대해왔다. 피해자들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폭력 피해를 인정받으려면 저항했다는 증거를 보이라는 압박, ‘왜 저항하지 않았냐, 너도 좋았던 것 아니냐’는 의심에 시달리기 일쑤다.

‘강간죄 최협의설’을 따르면 가해자 처벌도 어려워진다. 권력형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에 이르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느냐 여부에만 주목해서는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 실제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한 김지은 전 수행비서 측 법률대리인은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법률상 강간죄 성립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2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서울 중구 저동 인권위에서 열린 두 번째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에서 이러한 현실을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명백한 폭행이나 혐의가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피해자의 경우, 자신이 입은 피해를 수사기관에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소의 동기를 의심받고 무고죄로 고소당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법의 허점을 메울 대안으로 주목받는 게 ‘비동의 간음죄’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적극적인 동의를 얻었는지’를 성폭행의 기준으로 삼자는 얘기다. 비동의 간음죄는 현행법의 허점을 드러내고, 그간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경험을 새롭게 법에 담아내려는 시도라고 여성계는 강조해왔다. 박 연구위원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상호동의와 이해에 기초한 민주적 토대’ 위에 구축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최근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한국 정부에 “형법상 성폭행을 폭행, 협박이 있는 경우로만 한정하지 말고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점에 두도록 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다만 ‘피해자의 의사’라는 모호한 개념을 범죄 구성 요건으로 삼는 것, 국가의 형벌권을 동원해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것은 여성을 과잉보호해 결국 여성을 폄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반론도 있다. “따라서 법으로 이를 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각적 검토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박 연구위원은 덧붙였다.

▶ ‘동의했냐’ 묻는 선진국,  ‘저항했냐’ 묻는 한국

10년 전 해고된 88CC분회 여성노동자들 복직됐다

 

88CC 골프장의 노조 탄압과정에서 해고됐던  경기보조원(캐디) 노동자들이 지난 6일 복직됐다.

전국여성노동조합 88CC분회가 노조 탄압과 해고 노동자의 복직을 요구하는 10년 간의 투쟁을 지난 6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날 88CC골프장 회의실에서 사측 대표이사와 여성노조 위원장은 경기보조원 단체협약 조인식을 진행하고 10년 전 이명박 정부 시작 당시 해고된 조합간부 경기보조원들이 원직 복직하기로 했다. 

이는 2010년 2월 시작된 단체교섭 상견례 이후 8년 간 99차례 단체교섭을 벌여 얻은 성과다.

88CC분회 노조 탄압은 200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보조원 한명이 해고를 당했고, 이에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글을 올린 노조원 60여명이 허위사실 유포로 무기한 업무 유보 징계를 받아 사실상 해고됐다. 이들은 2014년까지 끈질긴 투쟁과 30여건의 법적소송을 벌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대부분 복직하게 됐다. 그러나 간부 5명은 복직하지 못한 채 4년이 지났다.

이 간부들 중 정년을 넘긴 1명을 제외한 4명은 이번 조인식을 통해 간부들이 복직하게 돼 10년의 투쟁을 마무리 하게 된 것이다.

또 이번 노사 협약에서 경기보조원의 정년을 60세로 늘리는데 합의하는 성과도 이뤄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그동안 오늘이 있기까지 88CC분회 투쟁에 함께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1999년 결성된 최초의 골프장 경기보조원 노조인 ‘전국여성노조 88CC분회’는 지난 2014년 제1회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88CC는 국가보훈처 산하 공기업인 88관광개발(주)이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장에 최경숙 원장 임명

한국장애인개발원 4대 원장으로 최경숙(51)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임명됐다고 보건복지부가 17일 밝혔다. 장애인개발원의 첫 여성 수장이며, 임기는 3년.

소아마비로 지체장애가 있는 최 신임 원장은 부산여성장애인연대 대표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냈고 2001년 전국 최초로 부산에 장애인성폭력상담소와 성폭력 피해자보호시설을 여는 등 여성 장애인 인권 운동에 앞장서왔다. 지난 1월부터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한국의 지방분권이 성공하려면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한국의 지방분권이 성공하려면
잊혀져가는 세월호 그날, 노래·영화로 만든 여성들
아픔은 노래가, 영화가 됐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시작한 싸움이자, 살아남은 이들의 슬픔을 달래는 일이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각자의 방식으로 참사를 추모해온 여성 문화예술인 4인을 만났다.

세월호 참사 기억·추모하는 여성 문화예술인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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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영화 ‘공동의 기억:트라우마’
함께 만든 오지수·주현숙 감독
“세월호, 개인 문제 아닌 사회적 참사…
일상 속 시스템과 권력 감시하자”

세월호 문제를 다룬 영화는 여럿이나, ‘세월호 세대’의 눈으로 본 이야기는 드물다. 오지수 감독은 2014년 4월 참사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2016년부터 추모·연대 활동을 영상으로 기록하면서 동갑내기 생존 학생들과 친해졌고, 그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어’는 탄식이나 분노보다 함께 웃고 밥 먹고 대화하는 일상을 비춘다. 살아남아 20대를 맞은 여성들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사람이 먼저인 세상” “친구들에게 떳떳한 사람”을 만들겠노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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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숙 감독의 다큐 영화 ‘이름에게’는 세월호 참사 이후를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에 주목한다. 서촌 커피공방 사장, 사고 수습을 도우려 목포 바다에 나갔던 어민, 고등학교 교사, 변호사…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넘어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말한다.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이들도 답답함과 슬픔을 토로하고 변화를 위해 고민한다. 세월호 참사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참사라는 증거”라고 주 감독은 말했다.

두 감독은 세월호를 추모하는 미디어 활동가들의 연대체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에서 활동해왔다. 올해 참사 4주기를 맞아 문성준·엄희찬 감독과 함께 ‘기억과 트라우마’라는 주제로 각각 단편 다큐 영화를 만들었고, ‘공동의 기억:트라우마’라는 옴니버스 다큐 영화 형태로 지난달 ‘2018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첫선을 보였다. 현재 전국 ‘찾아가는 극장’ 공동체 상영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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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감독은 “지난 3년간은 세월호를 추모하는 일조차 억압받아야 했다. 세월호는 아픈 사람들만 아프고, 생각하는 사람만 생각하는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83인의 인질’(2002)부터 ‘빨간 벽돌’(2017)까지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과 여성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꾸준히 다뤄왔다. “이번에는 세월호 문제를 분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오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피해자 프레임’을 깨고자 했다. “생존자들은 삭제나 단절이 불가능한 비극을 겪은 이들이지만, 동시에 힘차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다. 내가 만난 생존자들은 쾌활하고 긍정적이며, 자신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문제 해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대로 해결되는지 감시하자”고 입을 모았다. “내 맡은 바를 다하면서, 원칙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는지 감시하자. 세월호뿐 아니라 GMO 방사능 문제, 미세먼지 등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에 관심을 갖자.”(주 감독) “일상 속 우리를 불편케 하는 권력들을 인식하고 감시하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줄 알았던 저도 카메라를 들면서 무언가를 바꾸려 하고 있다.”(오 감독)

세월호 미수습자 추모 음반 ‘집에 가자’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시와
“미수습자들 돌아오길…
남 헐뜯기 전에 나를 돌아보는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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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왔으니 집에 가자/엄마 손 꼭 잡고 집에 가자/얼마나 추웠니 그곳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부르는 노랫소리가 덤덤하다. 그래서 더 간절하고 애틋하다. 세월호 미수습자 추모곡 ‘집에 가자’는 싱어송라이터 시와, 김목인, 황푸하가 지난해 4월 발표한 프로젝트 앨범 ‘집에 가자’ 수록곡이다. 안산 단원고 2학년 조은화·허다윤양 등 당시 미수습자 9명을 기억하기 위한 노래다. 2017년 1월 말 팽목항에서 은화, 다운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온 황푸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2018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노래 부문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목포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났는데 한 어머니가 저를 꽉 안아주셨다. 오히려 그 분께 제가 큰 위안을 받았다. 부족하지만 이 노래를 통해 미수습자들의 이야기가 더 널리 알려지길, 사람들이 바다에서 돌아올 수 있길 바랐다.” 노래 발표 이후 지금까지 4명의 유해가 발견돼 가족들 곁으로 돌아왔다. “잘 됐다고, 노래에 힘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박수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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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수습자 5명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호가 인양됐고, 2기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참사의 원인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갈등을 빚은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적대시하는 ‘혐오’ 현상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시와는 “모두가 성장과 발전에만 목매어 사느라 늘 불안과 압박에 시달리고 있진 않나 돌아봤으면 좋겠다. 내 상식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두고, 누군가를 비난하기에 앞서 나부터 돌아보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세월호 추모곡 ‘바다로 가는 기차’ 낸
싱어송라이터 조동희
“세월호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고통 앞에선 중립 없다는 말 되새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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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줘요 그 봄의 나를...” 싱어송라이터 조동희는 2015 ‘작은 리본’ 2016 ‘너의 가방’에 이어 올해도 세월호 추모곡을 발표했다. ‘바다로 가는 기차’는 세상을 떠난 지인의 유언에서 착안한 노래다. “어느덧 네 번째 봄. 기억할 것들, 보내야 할 것들에 대해 조금씩 무뎌져 가는 때에 읽어보자. 떠나는 사람이 남겨진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세월호 헌정 영화 ‘눈꺼풀’과 협업한 뮤직비디오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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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너무나 이상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힘들고 두려울 때가 많았지만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화예술인 대부분을 검열·지원 배제한 일이 최근 드러났다. 조동희도 지난 정권 하에서 세월호 추모곡을 발표했다는 등 이유로 압박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2015년, 그의 세월호 추모곡 ‘작은 리본’ 뮤직비디오는 채널 ‘엠넷’으로부터 ‘심의 보류’돼 방송과 음원 사이트에서 차단됐다. 노란 리본, 팽목항 풍경 등을 담았다는 게 이유였다. 오빠 고 조동진과 조동익이 독재 정권 시절 문화예술 작품 검열을 당하는 것을 봤기에 더 치를 떨었다. “처음 세월호 추모곡을 냈을 때 주변 관계자들이 ‘일 다 끊기니 그만하라’며 말렸다.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뼛속 깊이 반골 기질이 있어서 그랬나. 그래서 전하고픈 메시지를 계속 노래로 만들기로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기회”라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에 공감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가 받을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고통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한국에 왔을 때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에겐 그런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전 못 하겠습니다”라고 할까?

[나도 승진하고 싶어요]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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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S그룹에서는 “신경영”이라는 것을 전 그룹적으로 추진했고, 그 중 중요한 활동 중 하나가 고객 만족이었습니다. 고객 만족이란, 정의하기에 따라서 또한 실행하기에 따라서 많이 다른 활동이긴 하지만, 당시 S그룹은,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이 재구매를 하거나 긍정적인 입소문을 낸다.’ 반대로, ‘고객에게 불만족스러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대로 두면, 그 고객은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재구매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정적인 소문을 퍼뜨리는데, 그 영향이 매우 크다’라는 이론에 근거했습니다.

특히 고객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만족과 불만족이 순식간에 판단되는 “고객 접점 서비스”의 관리가 매우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S그룹의 서비스 혁신에는, 놀이동산이나 금융회사 창구는 물론, 종합병원도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지금도 개선이 필요하긴 하지만 당시 병원의 서비스란, 갑질 그 자체였습니다. 더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에게 제공하는 촌지는 물론이고, 불친절하고 짜증스러운 태도,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는 경우가 허다했지요. 왜냐하면, 병원은, ‘환자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곳이라, 괜히 따지고 들었다가 환자 입장에서 더 나쁜 서비스를 받을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S그룹에서는 종합병원에도 ‘고객만족’이라는 개념을 도입했고, 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고객 접점 만족도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행했습니다. 진료 서비스뿐 아니라, 예약 및 수납 등의 행정 서비스, 장례식장까지도 매우 세밀하게 조사했습니다. 특히 조사의 초점은, 단지 “친절하게 웃으면서 대하는 것”만이 아니라 “고객 경험 프로세스”가 고객의 입장에서 얼마나 합리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며 효율적인가에 더 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종합병원에 갈 때, 예약과 검사, 진료, 수납 등을 찾아다니면서 번거롭거나 혼란스러운 경험이 다들 많이 있을 겁니다.

S그룹의 핵심 병원은 처음 개원 때부터, 직원들의 처우를 좋게 해서 촌지를 없앴고 고객친절 서비스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따라서 의사, 간호사, 직원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러나 접점 고객만족도 조사를 똑같이 적용됐습니다. 당시 저는 상반기 접점 고객만족도 결과 보고서를 완성하고, 늘 그랬듯이 윗분들께 보고를 드리고, 퇴근했습니다. 다음 날부터 충청도에 있는 리조트에 여름휴가를 가기로 했지요. 여름 휴가를 떠나기로 한 날 아침, 집에 전화가 왔습니다. “아, 조 박사!! 휴가 아직 안 갔네. 병원 조사결과를 오늘 오전에 병원에 가서 의사, 간호사들께 설명해줄 수 있을까?” 저는 순간 고민을 했지만, 하겠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조사한 결과를 다른 사람이 가서 설명하다가 왜곡되면 제가 수고한 것이 헛수고가 될 수 있고, 제가 가서 설명을 잘 하면 저한테 신용(credit)이 돌아올 거라는 욕심도 한쪽에 있었습니다. 또한, 상사가 휴가일정이라는 제 상황을 다 알면서 전화를 한 것을 보니,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때 제가 개인 일정을 희생하고 회사업무를 해 드리면 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상사가 전화까지 해서 요청하는데, 매정하게 뿌리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저는 군소리 없이 휴가 일정을 오후로 미루고, 설명회에 참석했고, 어려운 질문과 항의를 잘 넘겨서 설명회를 마쳤습니다. 물론 비행기 타고 해외 나가는 일정이 아니었으니 가능했겠지요. 덕분에 S그룹의 병원은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나쁘게 생각하면 상사의 ‘갑질’일 수 있지만, 좋게 생각하면 “제게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 것이고, 저는 개인 일정보다 회사의 일정을 더 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마치고 휴가를 갔으니,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에서 실상 문제 될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정해지지 않은 일정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는가? 였습니다.

워라밸을 취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요즘, 특히 조직보다는 개인을 우선으로 한다, 이기적이다는 편견을 받기 쉬운 여자 후배들에게 “때로는 상사가 너무 고마워서 우리에게 미안하게 만들어 보세요.”라고 권합니다. 작은 투자로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것은 바로 상사가 나를 믿고 나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서울 시민 10% 자전거 타면 미세먼지 12%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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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전거전용차로 시대 개막
‘도로 다이어트’로 녹색교통 인프라 확대
도심~여의도~강남 자전거도로망 구축…
레저 수단에서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따릉이’도 출퇴근시간에 집중 이용돼

“종로에 자전거전용차로가 생겨서 차가 더 막힌다고요? 서울 시내에 차를 몰고 진입하는 게 불편하니 갖고오지 못하게 하고, 대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타게 만들자는 것이 시의 입장입니다.”

서울 종로에 지난 8일 자전거전용차로가 개통되면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가뜩이나 혼잡한 도로에 자전거까지 끼어들어 차량 통행을 방해하고 교통체증을 늘리는 엉터리 행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과 자전거로 대체하자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서울시가 도심의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차량 진입을 줄이고 녹색교통 인프라를 늘리는데 나섰다. 버스전용차로를 만들면서 남은 공간을 활용해 종로1가~5가까지 2.6km에 이르는 도로 한켠에 종로 자전거전용차로를 만들었다. 암적색으로 표시한 가로 1미터 남짓의 자전거전용차로는 자전거전용도로와 마찬가지로 오직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다.

‘도로 다이어트’는 차로 수를 줄이거나 차로 폭을 조정하는 것으로, 자동차 교통의 속도 저감과 자전거 및 보행 공간의 확보를 통해 쾌적한 도심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대중교통을 지향하는 도시정책에 부합하며, 추가 부지 확보가 필요 없어 도시교통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서울시는 자전거가 타 교통수단을 대체해 출퇴근 가능한 수준의 실질적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심 자전거전용도로망을 구축해 서울을 파리, 시카고 같은 자전거친화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공공자전거 ‘벨리브’를 운영하면서 자전거전용도로를 구축한 프랑스 수도 파리는 도입 첫해인 2007년부터 3년간 자전거교통분담률을 1%에서 5%로 끌어올렸다. 미국 대도시 가운데 가장 자전거친화적인 도시로 선정된 시카고는 2013년부터 공공자전거 ‘디비’를 운영, 간선도로변 자전거전용차로를 늘리고 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올해 3월 회원 수 62만명을 돌파했다. 2015년 9월 도입했으니 2년6개월 만이다. 이용 시간대도 출퇴근시간에 38%로 집중돼있어 교통수단으로 서서히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서울시는 5월에는 청계천변 자전거전용도로 구축에 들어가 1단계 계획인 종로~청계천변~종로간 도심 환상형 자전거도로망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한양도성~여의도~강남을 잇는 약 73km의 2·3단계 자전거도로망도 연내 밑그림을 완성할 계획이다. 타 교통수단을 대체해 출퇴근용으로 용이하도록 지역과 도심을 연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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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으로 볼 때 자전거 도로는 미세먼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시내 초미세먼지 유발 요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동차로 35%에 달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시민의 자전거 이용률을 2.7%가량으로 파악한다. 2015년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10%로 향상될 경우, 대중교통과 승용차로 인한 교통 수송 분담률이 24% 감소하고, 자동차 주행속도가 36km/h로 증가한다. 미세먼지도 12%나 감소한다.

이민호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이번 종로 자전거전용차로 개통을 시민들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의 자전거 차선이 그동안 강변 위주로 마련되다보니 교통수단이라는 인식보다는 레저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는 것이다.

이 활동가는 환경의 측면에서는 “자동차가 줄면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얘기이고 대안 이동수단으로 대중교통과 자전거가 부각되는 것”이라면서 “종로에 자전거 차선 하나 생겼다고 해서 급격하게 바뀌진 않겠지만 전용차선이 계속해서 점점 늘어나고 그것을 연결해서 자전거를 타기 편한 환경이 조성되면 이용자가 증가할 거고 서서히 시민들의 인식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상읽기] 여성과학자는 마리 퀴리 뿐인가요?

마리아 빙켈만, 리제 마이트너,

로절린드 프랭클린까지

감춰진 여성 과학자들

[img1] 몇 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동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잘 알려진 발명가의 이름을 물었다. 에디슨,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 막힘없이 답을 하더니, ‘여성’ 발명가도 말해보라고 하자 머뭇거리며 답을 못한다. 이어지는 장면, 생소한 여성 발명가의 이름이 나열된다. 원형 톱을 만든 타비타 바비트, 자동차 와이퍼를 만든 메리 엔더슨, 수중 망원경을 만든 사라 마더, 백혈병, 말라리아 약을 만든 벨 엘리온, 컴퓨터 알고리즘을 창안한 에이다 러브레이스, 인공위성 추진기를 만든 이본느 브릴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여성 발명가나 과학자는 누가 있을까? 학교 교육이나 대중매체에서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리 퀴리 외에 선뜻 누군가를 떠올리기 힘들 것 같다. 왜 이렇게 과학기술에는 여성이 보이지 않을까?

근대 과학 태동기에 남성들은 만인은 평등하다 말하면서도, 여성을 연구 파트너로 삼고 싶어하진 않았다. 이마누엘 칸트는 과학은 수염 있는 남자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했고, 찰스 다윈은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열등해서 그들이 이룬 성취는 보잘것없다고 했다. 이 시기 여성은 뇌가 작다는 이유로 과학을 하거나 기술교육을 받을 수 없는 존재였다.

이렇게 과학은 여성이 과학하기에 불완전하고 적합하지 않다는 신화를 만들어 여성을 배제해왔다. 그래서 여성은 역사에 남을 성과를 내고도 남성 과학자의 아내나 이름 없는 조력자로 역사 속에 감춰졌다. 1702년 혜성을 발견해 18세기 천문학사에 큰 공헌을 한 마리아 빙켈만은 남편의 이름으로 논문을 내야 했다. 리제 마이트너는 핵분열의 원리를 밝히는 중대한 업적을 남기고도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DNA의 X선 회절사진을 찍어 DNA 이중나선 구조 규명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지만 그 공로는 남성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마리 퀴리는 1910년에 파리왕립과학아카데미 입회 추천을 받고도 1979년에야 비로소 정회원이 되었다. 여성 회원은 받지 않는다는 차별적 전통이 인류 최초로 두 개의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를 70년이 지나서야 받아들인 것이다.

대부분 리더를 ‘남성’의 모습으로 그린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확증편향의 악순환’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남성과 여성이 각각 회의를 주재하고, 참가자들에게 리더십을 평가하는 실험을 했다. 두 사람이 똑같은 대본을 읽었는데도 남성은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고, 여성은 ‘팀의 실적에 비판만 늘어놓고 아이디어를 나눌 줄 모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똑같이 행동해도 남성에게만 리더의 특징을 찾고 여성이 리더처럼 행동하면 무의식적으로 반발하는 확증편향이 남성이 리더라는 고정관념을 계속 강화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해서는 많은 여성 리더를 배출해내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기준으로, 과학기술 연구개발 책임자 중 여성비율은 8.8%,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은 8.6%에 불과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는 과학기술은 여성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최근에 정부에서 발표한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18~2022년)’은 학기술의 공공성과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돼 경제성장의 도구로 활용돼온 과학기술에게 이제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생활 밀착형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삶에 밀접한 아이디어와 경험을 갖고 있는 여성이 강점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는 훌륭한 여성 과학자가 많다. 이들을 더 많이 사회에 드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능력과 역량이 있지만 경력단절로 연구를 이어가지 못하는 여성도 많다. 이들에 대한 지원 또한 더 확대돼야 한다. 여성 과학자도 변해야 한다. 실험실 내에서 자기 연구에 몰두하면서도, 실험실 밖 다른 학문 분야와 사람,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누구나 우리나라 여성 과학자의 이름을 선뜻 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기대해본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경애의 시골살이] ④ 봄꽃이야기

[김경애의 시골살이]

“지상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뜨거운 술에 붉은 독약 타서 마시고/ 천 길 절벽 위로 뛰어내리는 사랑/ 가장 눈부신 꽃은/ 가장 눈부신 소멸의 다른 이름이다”  -「동백」 문정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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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매화와 벚꽃을 시작으로 꽃들이 겨우내 움츠리고 지내던 우리들을 불러낸다. 전국이 꽃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나도 봄비 내리기 전에 서둘러서 만개한 벚꽃을 보기 위해 합천의 벚꽃 100리길을 다녀왔다. 이 벚꽃이 우리나라가 원산지라고 하니, 벚꽃 놀이가 일본이 남기고 간 문화가 아닐까 해서 찜찜했던 마음이 사라져 벚꽃이 활짝 피고 지는 모습이 더 예뻤다.

우리 앞마당에는 능수벚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가지를 늘어뜨리면서 옅은 분홍색 꽃이 가득 필 때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런데 하루는 친구들과 오랜 만에 남산에 올랐더니 어마어마하게 큰 능수벚나무가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 집 마당의 능수벚나무가 왠지 너무 잘 자란다 싶었는데, 조만간 이렇게 자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수벚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바로 옆에 있는 라일락이 햇빛을 충분히 못 받아 꽃을 잘 피우지 못하고 있어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다. 시집보내기로 했다. 작년 11월 햇볕이 잘 들고 남산의 나무처럼 자라도 지장 없는 곳에 옮겨 심었다. 올봄에 나무가 잘 살아서 꽃을 잘 피우는지 보러 갔다. 꽃은 작년만큼 많이 피지 않았지만 살아 있어 안심이다. 내년이 되면 우리 마당에서처럼 꽃을 가득 피우고 또 꽃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뒤덮을 것이다.

봄이 되어도 새싹을 틔우지 않고 꽃을 피우지 않는 나무들 때문에 근심이 가득하다. 작년 가을 금목서는 처음으로 노란 작은 꽃을 가지마다 매달고 달콤한 향기를 선사했다. 제주도 곳곳에 피어 있던 금목서가 부럽지 않게 되었다 싶었는데, 죽어가고 있는 것 같다. 작년에 핀 꽃은 죽기 전에 있는 힘을 다해 피운 것인가? 새싹이 돋기를 기다리며 애처로워 매일 들여다본다. 또 작년 늦가을에 전지를 심하게 한 살구나무와 모과나무도 몸살 중인 것 같다. 살구나무는 작은 가지에서 꽃을 몇 송이 피었을 뿐이고 모과나무는 무수히 많은 잔가지만 올리고 있다. 괜히 전지했나 싶다. 올해는 달콤한 살구를 못 먹을 것 같다. 모과는 못생긴 외모의 대명사이지만 세상천지에서 썩어가면서 향기를 내는 유일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상큼한 향기로 나를 행복하게 했던 모과, 올해는 모과 없는 겨울을 지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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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간직한 꽃, 동백

이른 봄에는 단연 동백꽃이다. 내가 다녔던 부산의 여자고등학교 상징이 동백꽃이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마침 노래 ‘동백아가씨’가 크게 유행했다. 당시 이미자가 불렀던 이 노래는 어디를 가나 피할 길 없이 온 길거리에 울려 퍼졌다. 이 노래는 동백의 붉은 빛을 사랑을 기다리다 지친 아가씨의 가슴으로 묘사했는데, 당시 우리 국어 선생님은 아름다운 동백을 멍든 자국으로 묘사했다고 하면서 화를 마구 내시던 생각이 난다. 동백을 보고 문정희 시인은 일찍이 “지상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뜨거운 술에 붉은 독약 타서 마시고/ 천 길 절벽 위로 뛰어내리는 사랑/ 가장 눈부신 꽃은/ 가장 눈부신 소멸의 다른 이름이다”라고 노래했다. 이 또한 절절한 슬픈 사랑이야기이다.

꽃은 시들면 대부분 잎이 누렇거나 희게 탈색되면서 하나씩 떨어지지만 문정희 시인이 “천 길 절벽 위로 뛰어내리는 사랑”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동백꽃은 때가 되면 붉은 빛깔 그대로 송이채로 뚝 떨어진다. 우리 마당에는 올해는 지난겨울 추위로 추위를 피한 동백꽃 몇 송이가 겨우 피었는데 벌써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마루에 앉아 가만히 동백꽃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동백꽃이 툭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본다. 이 떨어지는 동백꽃과 땅 위에 붉은 꽃잎이 흐드러지게 흩어져 있는 것을 보면 이유 모를 슬픔으로 가슴이 에인다. 노래 ‘동백아가씨’와 문정희 시인의 「동백」이 다 가슴 아픈 사랑이었던 것이 이제야 이해가 될 듯도 하다. 최근 동백이 제주 4.3 당시 희생된 사람들이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전야제에 LED 전등을 이용해서 대형 동백꽃을 만들었다고 한다. 내가 떨어지는 동백꽃을 보며 에이는 슬픔을 느끼는 것은 나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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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떨구며 꼬부라진 할미꽃

봄에 피는 꽃 중에 노래로만 알고 본적이 별로 없는 꽃이 할미꽃이다. 어릴 적에 고무줄뛰기 하며 놀면서 불렀던 노래다. “뒷동산의 할미꽃 꼬부라진 할미꽃… 호호백발 할미꽃”. 할미꽃은 햇빛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땅에서 자라는데, 번식력이 강하지 않아 흔하지 않고 무덤가에서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할미꽃은 다만 노래로 알 뿐이었다. 그런데 우리 집 마당에 몇 포기가 있어 해마다 꽃을 피운다. 할미꽃을 자세히 보니 누가 이 노래를 지었는지 몰라도 ‘딱’이었다. 꽃대를 올리자마자 꽃은 고개를 떨구며 “꼬부라진”다. 여자들이 허리를 굽혀 일을 많이 해야 하고 칼슘 등 영양이 부족해서 나이가 들면 허리가 직각으로 꺾이는 모습을 비유하여 지은 이름이리라. 시골에서는 아직도 장날에 가면 허리가 꺾인 할미꽃과 같은 할머니들을 종종 만날 수 있지만 서울에서는 그런 할머니를 거의 본 적이 없다.

할미꽃은 피고 나면 어느새 잎이 가느다란 흰 가락이 되었다가 백발처럼 퍼진다. 그런데 서울은 물론 시골 할머니들도 이제 모두 머리카락을 새까맣게 물들여 하얗게 센 머리를 한 할머니는 더 이상 보기 힘들다. 하얀 머리는 나이듦의 표상이다. 산업사회 이후로 나이 든 사람은 존경은커녕 기피와 차별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너나 할 것 없이 머리를 검정색으로 물들였다. 특히 시골 할머니들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새까맣게 물들여 빠글빠글 볶는 파마로 헤어스타일을 통일하고 있다. 더 이상 할미꽃과 같은 쭉 뻗은 흰 머리카락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앞으로 할미꽃이란 이름은 전설로만 남을 날이 머지않았다.

우리 마당에서는 튤립이 이제 키를 올리면서 몽우리가 맺혔다 피기 시작하고 있다. 정원 사진으로만 보던 아름다운 튤립을 가까이에서 실물로 본 것은 양평의 강혜자 선생님 집 앞마당이었다. 보라색과 분홍색 두 색깔이 이룬 조화는 꽃 색깔 배합에서 최고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몇 년 전 봄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 갔을 때 튤립은 이미 피었다 지고 있었지만 여러 색깔의 튤립이 다른 꽃들과 어우러져 있었고 꽃잎을 벌리며 시들어가는 튤립을 가까이 보는 첫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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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 활짝 피는 튤립

이렇게 예쁜 튤립을 나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구근이 비싸서 부러워만 했다. 그런데 서울의 한 대형 슈퍼마켓이 10월이 되면 구근을 싸게 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친구 정강자에게 부탁했더니 구근을 선물해줬다. 11월에 대문에 제일 가까운 곳에 잔디를 파내고 거름을 주고 심었다. 식물 가꾸기 책에는 날씨가 추울수록 그다음 해에 예쁜 꽃을 피운다고 했지만, 걱정이 되어 부직포를 덮어주었다. 봄이 되자 튤립이 보라색, 분홍색은 물론 노란색 등 각종 색깔이 섞여 피었다. 대문을 활짝 열어놓으니 튤립을 처음 보는 동네 이웃들은 물론 우체부 아저씨와 택배 배달원들까지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꽃이 지고 난 후에는 구근을 파서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 이듬해에도 꽃이 아름답게 피었는데, 3년째가 되는 작년에는 꽃이 부실하기 짝이 없었고 꽃대를 올리지 않는 것도 있었다. 네덜란드가 튤립 구근을 계속 팔기 위해 2년만 꽃이 피도록 ‘어찌어찌’ 했다는 말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튤립 구근에 ‘무슨 짓’을 한 것인가? 튤립은 터키가 원산지인데 어느 틈에 네덜란드가 국가의 대표 상표로 내세우면서 장사를 톡톡하게 하면서 2년만 꽃이 제대로 피도록 ‘무슨 짓’을 한 것이 얄밉다. 우리 마당의 단연 인기 꽃인 튤립을 포기할 수 없어 대구의 꽃집에서 새로 구근을 사서 심었지만 언제까지나 구근을 사서 심어야 할지 고민에 빠져있다.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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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디지털 환경서 건강 주도하기’ 한국여성과총, 과학커뮤니케이션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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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유명희, 이하 한국여성과총)는 오는 26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제9회 과학커뮤니케이션 포럼을 연다. 이번 포럼은 ‘4차 산업혁명: 변하는 세상을 주도하기-디지털 환경에서 건강 주도하기’를 주제로 한다. 한국여성과총 측은 “지능정보시대를 대중에 알리고, 변화하는 세상을 이끄는 여성 과학기술인의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변하는 세상을 주도하기’라는 테마 아래 ‘의료환경, 블록체인, 실생활 인공지능, 미래인재 교육’을 주제로 4차례의 포럼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서 한현욱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정보의학교실 주임교수는 ‘디지털 헬스 환경에서 건강 주도하기’를 주제로 발표한다. 한 교수는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따라 진화하는 의료현장과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사례를 소개한다. 이어 이종은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병원추진단장, 배수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정보융합실장,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토론에 참여한다. 패널토론에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의료현장에서의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 활성화 방안과 의료환경 변화에 따른 개인정보보호 규제 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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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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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제40차 윈문화포럼] 우리는 지금 무엇을 먹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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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 음식칼럼니스트 강연 “끊임없이 고민, 관찰해야” “진정한 미식은 음식에 대한 관찰과 고민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 음식이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드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오는지 생각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들면 음식을 아껴먹게 돼요. 과잉에서 벗어날 방법 중 하나기도 하죠.” 박찬일 셰프는 19일 오전 11시 서울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제40차 윈(WIN) 문화포럼’ 연사로 초청돼 이같이 말했다.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윈문화포럼은 여성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으로, 격월로 명사들을 초청해 다양한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박 셰프는 이날 ‘우리는 지금 무엇을 먹고 있나?’를 주제로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주목했다. 박 셰프는 “진정한 미식가는 음식을 많이 먹거나 비싼 음식을 먹는 사람이 아니”라며 “음식의 원재료가 어디에서부터 왔고, 어떤 수고로 인해 만들어졌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셰프는 30여 가지의 반찬이 차려져 있는 한 식당의 사진을 화면에 띄우며 “오늘날 우리는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반찬을 다 먹으려면 공깃밥 5개가 필요할 정도”라며 “남은 음식은 대부분 버려진다. 음식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이제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소비의 주체로서 비판 의식과 함께 덜 먹겠다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진지한 고민 없는 대중매체의 음식의 희화화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TV 프로그램에선 폭식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우린 이런 장면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패스트푸드를 시키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습니다. 왜 이 음식을 다루는지, 현재 음식문화에 대한 고민 없이 재미만을 위한 콘텐츠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박 셰프는 점점 획일화되고 있는 음식의 맛 또한 문제라고 봤다. 그는 “이미 우리의 입맛은 산업화된 음식에 익숙해져 있다”며 “누군가 TV에 나와 레시피를 공개하면 대부분의 음식점이 이를 차용한다. 꼭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산업화된 음식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요리 재료와 관련된 이야기도 들려줬다. 이전까지 셰프들 사이에선 식재료를 어디서 공수해왔는지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이에 대해 박 셰프는 “양식을 만들 때 꼭 서양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했다”며 “11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나는 식재료로 이탈리안 음식을 만들어왔다. 그랬더니 현지 재료로 서양식을 하는 게 어느샌가 유행이 됐다”고 말했다. “제 식당에선 봉골레 파스타를 봄, 가을에만 팝니다. 진달래 철쭉이 필 때 바지락이 가장 맛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개를 사다가 얼려둬야 해요. 맛이 없으니 조리 과정에서 조미료를 사용해야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음식의 계절성도 참 중요합니다. 오늘 저녁엔 바지락을 사서 드셔보세요. 국물 감칠맛이 평소의 두 배일 겁니다.” 이태리 요리학교(ICIF)를 졸업한 박 셰프는 현재 광화문몽로와 광화문국밥을 운영하고 있다. 로칸다몽로 셰프, 국제슬로푸드협회 이사, 잡지사 편집장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 8년간의 기자 경력 때문인지 ‘글 쓰는 셰프’로도 유명하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백년식당』 등의 책을 썼으며 음식칼럼니스트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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